십정동 성촌의 집 수화교실
-손으로 통하는 사랑의 대화 30여명 학습… 봉사열정 ‘새록’-
2007-04-02 <>
저녁8시, 어둠이 깊어가는 저녁이지만 이곳은 아직 밝은 대낮 풍경.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당신의 삶속에서 그 사랑 받고 있지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음악이 울려 퍼진다. 이곳은 다름 아닌 십정동에 위치한 야학(성촌의집)에서 실시하는 수화교실이다. 모두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무슨 말을 그리도 하고 싶은지 손으로 하는 대화가 계속 이루어진다.
이곳에서 수화를 배우는 학생은 모두 30여명, 유치원생을 비롯하여 초, 중, 고, 대학생과 일반인들이 매주 목요일 저녁 이곳을 찾는다. 이곳의 특징은 모두 무료이고 졸업이 없다는 것이다. 초급반은 저녁 7시30분, 중급반은 저녁 8시30분으로 나눠져 있지만 이곳은 학생과 교사와의 정이 두텁고 우애가 좋기 때문에 수료를 하지 않고 계속 나오고 있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남녀노소 관계없이 모두 하나가 되고 친구가 된다.
지난 2000년부터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허노중(서울농학교 교사) 선생님은 “대학 1학년 때 청각장애인 보조교사를 하면서 청각장애우들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되었다”며 “장애인을 위해 무언가를 해 준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그들의 삶과 함께 한다는 소박함으로 시작하여 여기까지 왔다”며 봉사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음을 전한다.
야학을 다니는 할머니를 따라 이곳에 왔다는 김보경(동암초4)양은 “작년 가을부터 여기서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친구들에게 가르칠 정도의 실력”이라며 뿌듯해한다. 이곳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신예지(7)양도 “엄마와 함께 어렸을 때부터 이곳에 와서 수화를 배워 지금은 언니 오빠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눌 정도의 수준”이라고 한다.
직장에 청각장애동료가 있어 대화를 하고픈 마음에 이곳을 찾았다는 전숙자(53)씨는 “일을 마치고 이곳에 올 때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이곳 선생님과 학생들이 모두 친절하고 한 가족 같아 지금은 너무 재미있고 이 시간이 기다려진다”며 벌써 수화 몇 개를 배워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농학교에 재학 중인 조민식군과 임대영(고1)군도 서울에서 수업을 마치고 허 선생님과 함께 여기까지 와서 수화를 배우고 있다.
이곳 학생들은 허 선생님처럼 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사랑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수영 기자 ramirokim@hanmail.net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