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번쩍’ 핑퐁 호랑이 선생님
-현대탁구교실 박정옥 관장-
부평3동에 자리한 현대탁구교실. 그곳의 관장을 맡고 있는 박정옥(63) 씨는 ‘호랑이 선생님’으로 통한다.
되바라지기로 유명한 10대 청소년들은 물론 6, 70대 노인들도 그녀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된다.
호랑이 선생님 교수법의 가장 큰 특징은 당근과 채찍이 분명하다는 것.
노력하고 애쓰면 아낌없이 칭찬하지만 조금이라도 나태한 모습이 눈에 띄면 그 누구도 예외 없이 혼쭐이 난다.
강습 때는 체육관이 지옥 같다. 체육관을 쩌렁쩌렁 울릴 만큼 큰 목소리로 연신 파이팅을 외치는 탓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박관장은 훈련 내내 10개의 탁구대를 넘나들며 눈에 불을 켜고 실수를 잡아낸다. 잠깐 딴 짓하거나 한눈을 팔았다가는 눈물을 쏙 뺄 만큼 호되게 야단맞는다. 100㎏에 육박하는 거구의 중년 남성도 그녀의 호령 앞에 쩔쩔 매기 일쑤다.
하지만 일단 강습이 끝나면 천국이 따로 없다. 놀 때는 화통하고 시원하다. 세대를 초월해 인생 상담을 도맡아하는가 하면 초등학생하고 장난도 잘 친다. 퇴근 후 급하게 온 직장인을 위해 살뜰하게 끼니도 챙겨준다.
‘인천에서 탁구 좀 친다’고 하는 사람 중에서 박관장을 모르면 간첩일 만큼 그녀의 탁구사랑은 유별나다. 탁구인생 50년, 인천에서 탁구 친 경력만 37년이다. 인천 탁구계의 대모이자 원로다.
오랜 동안 한결같은 핑퐁 사랑 덕분에 경력도 화려하다. 학창시절에는 학교 대표로 활약했으며, 결혼 후에는 아마추어 선수로 전국을 누볐다. 또 확연한 실력 차 때문에 여성 팀에 끼지 못하고 1부 리그인 남성 팀에 소속돼 남성들과 겨뤄야 했다.
실제로 40대 때는 남자 열 명과 붙어 10전 무패 기록을 세우기도 해 탁구계의 유명인사가 됐다.
그렇게 매 경기 때마다 화려한 성적을 기록했던 그녀가 최근 3년 동안은 전혀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있다.
“내가 직접 출전해 상을 타는 것도 기쁘지만 이제는 재주 있는 제자와 후배를 길러보고 싶어요. 예전에 복식으로 함께 뛰었던 황기홍 친구가 조카인 승민이(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 수상자인 유승민 선수)를 가르치는 걸 보면서 참 부러웠거든요. 능력 있는 제자들을 발굴하고 훈련시켜서 국가대표나 생활체육 아마추어 선수로 키우는 게 내 목표지요.”
될 성 부른 떡잎을 찾기 위한 박관장의 호된 강습은 오늘도 계속된다.
박정옥 관장은 시기적절하게‘으르고 달래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제자들을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