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건/강/칼/럼 13 빈 둥지 증후군

-빈둥지지키는외로운어미새-

2008-03-27  <>

인쇄하기

전 은 미 부평구정신건강증진센터장
 
 “선생님, 우리 딸이 손주를 낳았어요. 나도 이제 할머니에요. 게다가 우리 아들은 장학금도 탔답니다.”
 K씨는 행복한 얼굴로 진료실에 들어왔다. 하지만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부스스한 차림새에 술냄새를 풍기며‘내가 왜 정신과에 와야 되느냐’며 흐느껴 울었다. 전업주부인 그녀는 3년전 딸이 결혼한 후 가끔씩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이듬해 아들이 지방 대학에 입학한 후부터는 술 마시는 날이 늘었다. 최근에는 남편이 낚시 등으로 주말에 집을 비우자 거의 매일 술에 취해 있었다.
 그녀는 남편의 권유로 입원후 알코올 제독 치료를 받고 항우울제를 복용하며 알코올 치료 프로그램과 면담 치료에 들어갔다. 퇴원 후에도 단주를 유지하며 매주 개인면담치료와 2,3주에 한 번 정도 부부치료를 받았다. 취미활동으로 부부가 함께 수영을 하고, 노래교실을 찾게 되었다. 남편 또한 사업상 술자리가 많았으나, 한 달에 한번을 넘기지 않았고 늦을 때에는 전화로 귀가 시간을 알렸다.
 서로 관심사가 아니라고 덮어 두었던 이야기들을 조금씩 꺼내어 대화하는 분위기를 이끌었다. 두 달 정도 지나자 남편과의 대화도 편해졌고 자녀들과도 대화가 늘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중년 여성들이 이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어미 새는 알을 품어 부화시킨 후, 새끼 새에게 나는 연습을 시켜 떠나보낸다. 마지막 새끼 새까지 떠나고 빈 둥지에 덩그러니 혼자 남아 있는 어미 새의 마음이 어떨까. 이 때 느끼는 심리 상태를‘빈 둥지 증후군’이라고 한다.
 ‘빈 둥지 증후군’에 빠지면 쉽게 피로해지고 무기력해진다. 또한 자기 연민에 빠지게 되고 상실감을 느끼며 우울해질 수 있다. 이때 스스로에게 관심을 쏟아 외모를 치장하고 요리, 운동 등 취미 생활을 하며 직업을 구하려고 하나 이것도 지나치면 좋지 않다. 또한 신체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에서 정상이라고 해도 믿지 않고 다른 병원을 찾아다니는 건강염려증을 보인다. 잠이 안 온다, 소화가 안 된다며 한 잔씩 마시던 술이 늘어 알코올 의존증으로 발전하기도 하며 인터넷·쇼핑·성형·도박중독 등에 빠지기도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자기 계발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봉사활동도 하고,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취미 생활도 좋다. 직장이 있다면 계속 다니고, 재취업 기회가 있다면 직장을 갖는 것도 좋다. 하루 30분 이상, 주 5회 이상 운동하는 것이 경한 우울증에서는 항우울제와 거의 비슷한 효과가 있다. 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고 건강하게 표현해야 한다.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 믿다가‘홧병’이 될 수 있다.“ 당신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보니 내가 화가 날것 같아”라는 식으로 주어를 ‘나’로 하여‘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갈등 상황을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가족들의 정서적인 지지가 필수다. 가족 간의 따뜻한 대화와 관심은 세상에 내 편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며 그것만으로도 많은 어려움을 극복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젊음을 떠나보내고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삶에 대한 내적 성찰이 유쾌하게 나이 드는 길로 이끌 것이며 풍요로운 노년을 준비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목록

자료관리 담당자

  • 담당부서 : 홍보담당관
  • 담당팀 : 홍보팀
  • 전화 : 032-509-6390

만족도 평가

결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