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유일 ‘할머니 태권도 시범단’
-백발의 태권소녀 나가신다-
2007-12-27 <>
“이~얍! 얍!”
부개동의 한 체육관에서 울려 퍼지는 할머니 태권도 시범단의 기합소리다. 가까이에서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할머니들의 기합소리라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우렁찬 소리다.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는데 할머니들은 한겨울의 추위를 멀리 날려 보내며 땀 흘려 태권도 연습을 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할머니 태권도 시범단’이 이들의 정식 명칭이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얼마 전 80세 되신 두 분이 그만 두셔서 최고령자가 78세이며 지복연 회장을 비롯한 75세 되신 분이 5명이나 된다. 여기에선 60대는 어린이에 속한다.
1988년 할머니 시범단을 창단한 윤여호(63) 단장은 인천시 노인대학 강사 시절 태권도가 할머니들의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태권도를 함께 해 볼 것을 권유했다.
그 때부터 함께 한 지복연 할머니는 중간에 위기를 맞게 된다. 직장암 선고와 치료로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상황에 태권도를 계속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누워만 있으려고 할 때 윤여호 단장은 ‘불가능은 없다. 끝까지 도전해 봐라’고 일으켜 세웠다. 그 결과 75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건강함은 물론 검버섯 하나 없는 깨끗한 피부와 날씬한 몸매를 지니고 있다.
할머니들은 모두 S라인을 자랑한다. 운동을 하면서 10㎏ 이상이 빠졌다는 백성숙(72) 할머니도 퇴행성목디스크로 팔을 들 수도 없는 심각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조금도 봐주지 않고 다른 사람과 똑같이 강한 훈련을 시킬 때는 단장님이 원망스러웠다. 여기서 야단맞으며 계속할 이유 없다고 그만 두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태권도 전도사가 되어 누구라도 만나면 태권도의 좋은 점을 알린다.
“도복을 입고 띠만 매면 세상에 아무 것도 두려울 것이 없는 자신감이 생겨. 늙어도 여자인데 여기 온다고 찍어 바르게 되고 전 세계에서 초청을 받는 스타가 됐는데 너무 좋지.” 장부다운 호탕한 웃음을 웃으며 백성숙 할머니는 말한다.
할머니 태권도 시범단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초청을 받아 많은 곳을 다녀왔다. 일 년에 두 세 곳 정도는 다닐 정도. 올해도 중국과 태국을 다녀왔다.
이곳의 모든 할머니들은 매일매일 사는 것이 즐겁다. 전철과 버스를 세 번씩 갈아타며 두 시간에 걸쳐 오면서도 멀어서 못 다니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가 이 나이에 이름을 불러 주겠냐며 출석 불러 주는 것 또한 행복이란다.
나이를 믿을 수 없게 만든 기적을 만들어 내는 할머니들이다.
이민옥 기자 ilovedongwha@naver.com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