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학생들과 이메일 나누는 수필가
-부광여고 신규철 교장선생님-
2009-12-23 <>
교장실에 들어서자 신규철(60 부광여고 교장)씨는 축하전화를 받고 있었다. 영하의 매서운 날씨지만 그의 표정엔 온기가 가득하다.
그는 세 번째 에세이집을 낸 수필가이자 부광여고 교장이다. 최근 부임한 학교에서 그는 학생들과 글을 통해 정을 쌓아가고 있다.
“좀 보수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이 학교에 처음 와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용모단정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규칙과 생활태도 등 인성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명문학교가 될 수 없죠.”
그러나 신씨의 이런 생각을 누구나 쉽게 받아들이진 않았다. 학부모와 교사는 설득하면 되었지만 아이들의 반발심은 매우 컸다. 그런 아이들에게 신씨는 자신의 이메일과 휴대폰 번호를 공개했다.
“이메일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을 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보내온 메일 중에는 격한 항의 메일도 있고 공부와 관련된 건전한 건의 메일, 심지어 장난 메일도 있습니다.”
신씨는 아이들이 보내온 메일은 내용을 가리지 않고 일일이 답장을 해준다. 그 덕분인지 처음엔 불만 가득한 편지를 보내왔던 학생들도 감사의 편지를 다시 보내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교장은 싫다며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선생님, 아이들이 편하게 느끼는 선생님이길 원했다.
“영원한 문제아는 없습니다. 문제가 있는 아이도 일시적이고 가변성이 있어 지도를 잘 하면 본연의 위치로 돌아오기 마련이죠. 아이들도 힘이 들 겁니다. 그러니 마음을 잘 잡고 공부할 수 있고 학교가 즐거운 곳이 되도록 돕고 싶어요.”
학생들을 마음에 담고 사는 교장선생님과 함께 지내는 아이들이 궁금했다.
“우리학교 공식 인사는 ‘저는 효녀입니다’예요. 효를 실천하며 사는 명랑한 학생들이죠. 생활이 어려운 학생도 많지만 모두 밝게 지내는 편이죠.”
이제 부광여고에 짐을 풀어 놓은 지 3개월 남짓. 그는 “아빠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서두르지 않을 생각이다.
“교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고지식하고 어려운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실제로 저는 부드러운 남자랍니다. 이 학교에 온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좋아 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지숙 기자 jisukk@hanmail.net
자료관리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