味에서 美를 찾는 시간
-쥬세페 바로네 씨, 시각장애학생과 달콤한 요리시간 가져-
쥬세페 바로네씨와 학생들이 다양한 초콜릿을 만드는 모습
시각장애학교인 인천혜광학교(교장 명선목)에서 이색 미술수업 “맛있는 미술축제 ‘냠냠’”이 11월 6일부터 이틀간에 걸쳐 진행됐다. 물감이나 붓, 크레파스 대신 떡과 초콜릿 등이 이번 미술 수업의 준비물이다.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은 눈으로 볼 수 없는 다양한 재료들을 손으로 만져보거나 냄새를 맡아보고 맛을 보는 등 새로운 준비물에 대한 호기심이 대단했다. 특히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열매에 대해서 가장 많은 호기심을 보였다.
“맛있는 미술축제 ‘냠냠’”은 시각장애 어린이·청소년 미술교육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예술협회 ‘우리들의 눈(Another Way of Seeing)’의 아트 프로그램의 하나다. 앞을 보지는 못 하지만 상대적으로 발달한 후각과 미각, 촉각을 통해 요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보고 시각장애를 불가능이 아닌 또 다른 가능성으로 이해하겠다는 시도이다. 6일에는 떡 전문가인 박경미 요리사(동병상련 대표)가 학생들과 떡고물로 오미(五味)를 즐기고 색과 질감에 따른 맛에 대해 탐구해 보며 경단을 만들어 보았다.
7일에는 슬로우 푸드와 미각교육의 전문가인 이탈리아 요리사 쥬세페 바로네(Giuseppe Barone, 49)씨가 특별 초청되었다. 시각장애학생들은 이탈리아와 한국의 문화적 만남 속에서 맛에 관한 새로운 미각교육을 받으며 또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되었다. 두 요리사와 시각장애학생들, ‘우리들의 눈’ 티칭 아티스트들이 함께 시작한 미술축제 ‘냠냠’을 계기로 시각장애인들의 발달된 감각을 자극하는 통합미각교육의 조심스러운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이번 미술수업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교육을 통해 시각장애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고 사회에 나가 조향사나 소믈리에, 요리사 등 전문 직업인으로 꿈을 펼쳐보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수업은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였다. 학생들은 단맛은 둥글게 쓴맛은 거칠게 표현하며 저마다 마음의 눈으로 바라본 맛에 대한 창의적인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냠냠’에 참여한 윤희승(중 3)학생은 “우리의 떡을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하고 이탈리아라는 생소한 문화를 접할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 되었다”며 “특히 처음 만져본 카카오 열매와 떡 고물로 오미(五味)를 표현하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윤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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