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노인정 강신무 훈장, 한자 수업 통한 예절 교육
-방학마다 10년 넘게 한자교실 열어-
2009-09-23 <>
부평3동 신촌노인정(회장 김조연)에는 매번 방학 때면 동네 아이들이 북적거린다. 노인정에서 열리는 한자교실에 참여하기 위해 아이들의 방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한 번도 빠짐없이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쳐 온 훈장님 강신무(82)할아버지는 갓을 쓰거나 회초리를 들지는 않았지만 아이들과 수업하는 모습만큼은 옛날 훈장님 못지않게 엄하기도 하고 동네 할아버지처럼 다정스럽기도 하다.
“우리는 천자문(千字文)보다 실제 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한자를 기본으로 가르칩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방학마다 수업을 듣게 되면 무려 12번인데 웬만큼만 해도 500자 이상은 터득할 수 있지요. 재미 붙인 아이들은 자기들이 스스로 공부도 하고 한자급수시험도 보고 해서 자격증을 따기도 해요.”라며 강 할아버지는 열심히 하는 아이들을 볼 때가 제일 뿌듯하다고 한다.
올해부터 한자교실을 함께 진행하게 된 권태성(73)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보기 쉽도록 헌 빨래 건조대를 이용해 직접 교재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중학교 수학 선생이었던 권 할아버지는 아이들 통솔하는 재주 또한 남다르다.
“예전에 한자교실 열면 30~40명은 신청을 했었는데 요즘은 많이 줄었어요. 요즘 아이들이 워낙 바빠야 말이지요. 조그마한 꼬맹이 녀석들도 학원을 두세군 데씩은 다녀요. 방학이라고 한가하지 않다보니 굳이 한자교실까지 오려고 안하죠. 미리 미리 홍보를 해야 해요.”
벌써 10여년을 가르치다보니 예전에 배웠던 꼬맹이들이 벌써 대학생이 되어 동네에서 만나면 꾸벅 인사를 하기도 한다며 아이들에게 한자와 더불어 효에 관한 예절을 가르치는데 한자를 배웠던 학생들은 거의 모두 반듯하게 자란 것 같아 뿌듯하다고 한다.
“한자는 우리생활과 많이 밀접해 있기 때문에 한자를 배움으로써 언어를 쉽게 이해한다든지 언어실력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학교특색사업으로 효를 중요시하고 있는데 한자수업을 통해 한자와 효 예절을 한 번에 익히는 학습효과가 있지요. 마을 어른에게 배우다보니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과 어른 존경하는 마음까지 가질 수 있게 되는 거죠”라며 예의바른 아이들이 많을수록 우리나라의 미래도 밝은 거 아니냐며 큰 웃음을 웃어 보인다.
부평구에 있는 183개 노인정 중에 한자교실을 열고 있는 노인정은 19개 정도고, 부평3동의 5개 노인정 중에는 신촌노인정만 한자수업을 하고 있다. 신촌노인정 한자교실이 부평구에서 아마도 제일 오래됐을 거라는 강 할아버지의 말에는 남다른 자부심과 긍지가 느껴졌다.
윤희수 기자 fondly00@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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