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랑을 울리는 ‘워낭소리’
-웃다가 울다가 어느새 온 마음이 뭉클해지는 감동 다큐!-

지금 극장가에선 기축년, 소의 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를 만날 수 있다. 소와 농부의 30년 동행을 그린 화제의 다큐멘터리 ‘워낭소리’(1월15일 개봉)가 바로 그 것.
이 영화는 수많은 방송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던 이충렬 감독의 첫 극장용 장편 다큐멘터리로 유년시절 아버지와 소에 대한 기억을 간직했던 감독 자신의 회한과 그리움이 오롯이 담겨있다.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2008) 최우수다큐멘터리상 수상과 한국최초 선댄스영화제(2009) 다큐멘터리 경쟁부문 초청으로 주목 받으며 2009년 다큐멘터리 최고 기대작으로 떠오른 영화다.

이 영화에는 할아버지의 농사법처럼 없는 게 많다. 우선 여타 다큐멘터리들이 흔하게 내세우는 내레이션이 없다. 화끈한 사건과 화제를 모을만한 정치적인 수사조차 전무하다. 평생 할아버지만을 바라보고 산 할머니의 끊임없는 신세 한탄과 지청구가 대사의 8할을 차지하고, 그런 할머니의 절절한 토로에도 눈 하나 꿈적 않는 할아버지와 말 못하는 늙은 소 한 마리가 영화의 모든 것이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소의 관계에 대한 오랜 관찰자로서 대사를 통해 내레이터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특히 뼈가 있는 반어법을 주로 구사하며 소위 할머니 어록이라 불리 울 만큼 관객들에게 큰 웃음과 따듯한 온기를 선사한다. 소에게 사료보다 꼴을 베어 먹이고, 기계가 아닌 낫으로 벼를 베며, 땅에 농약을 안치는 할아버지의 방식은 세상의 속도와 타협하지 않는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이 없음과 느림은 ‘워낭소리’를 가장 특별하게 만드는 저력이자 속도전의 세상과 비교되며 잔잔한 여운을 준다.
보통 15년을 사는 소가 40년을 촌로의 곁에서 묵묵히 여생을 함께 하며 그의 길잡이가 되어준 기적 같은 이야기.
사진제공:인디스토리
‘워낭소리’는 자신의 존재만을 쫓아 정신없이 살아가는 이 시대의 모든 이들에게 진정한 삶에 대한 물음과 성찰의 기회를 제시한다. 감독은 “삶의 내리막길에서 소와 아버지가 빚어낸 아름다운 교감과 눈물겨운 헌신을 그리고 싶었다”는 제작 의도를 밝힌 바 있다.
김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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