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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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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가로의 봄나들이
조혜미(삼산2동)

 3년 전 봄에 시아버님이 갑작스레 돌아가셨다. 한창 새순이 돋고 꽃망울을 터뜨릴 즈음 하늘나라로 가신 것이다. 팔순이 훨씬 넘은 연세인데도 큰 병 한번 앓지 않고 정정하신데다가 자식들에게 짐도 지워주지 않고 편안히 가셨다며 이웃이나 친척들이 호상이라고들 하셨지만 준비 없는 이별에 참 많이 슬퍼했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다음해부터 우리 형제들은 아버님 기일에 맞추어 모두가 쉬는 날 하루를 잡아 아버님 산소에서 봄나들이 겸 추도식을 갖기로 했다. 따로 유교식 제사를 지내지 않기 때문에 밤에 잠깐 만나고 마는 것보다는 온 가족이 모두 모일 수 있는 주말에 날을 잡아 봄 소풍을 가기로 한 것이다. 자식들 모이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셨던 시아버님의 뜻을 살려 그렇게 하기로 시어머니께서 결정 하신 것이다.
 제삿날 불경스럽게 부모님 산소 앞에서 먹고 떠들며 뭐하는 짓이냐며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겠지만 아버님은 분명히 흡족해 하시며 우리를 반기실 것만 같다. 살아생전에 시아버님은 산소 주변을 예쁜 들꽃으로 알록달록 꽃밭을 만들어 놓으시며 외롭지 않게 자주 놀러오라고 웃으며 말씀하시곤 하셨다.
 각종 봄나물에 약간의 떡과 과일을 곁들이면 영락없는 봄 소풍 기분이 났다. 슬퍼하고 마음 아파하기보다는 또 다른 세상에서 영생을 누리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고 자손들 건강하게 잘 살고 있음을 기쁜 마음으로 바라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얼마 있으면 또 아버님 산소로 우리 형제들은 자식들을 앞세워 봄나들이를 떠난다. 커다란 양푼에 갖가지 봄나물을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 썩썩 비벼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낼 것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 앞에서 좀 더 겸손하고 최선을 다해 살려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안면도로 봄나들이 가요
안민아(부평여고 1학년)

 안면도를 아시나요? 연육교를 건너야 볼 수 있는 섬 아닌 섬이랍니다. 울 엄마가 늘 그리워하는 양마지골 하얀 모래밭에는 이맘때쯤 동곳같이 붉은 달래 싹이 앙증맞은 입술을 삐죽이 내밀 때랍니다. 소쿠리와 호미를 들고 엄마와 큰 이모, 작은 이모, 사촌 이모들까지 병아리 나들이 마냥 논두렁을 지나고, 보뚝길로 건너 달래 캐러 다니던 곳이래요.
 한여름 태양아래 수박이 열리고 땅콩알이 소담스레 가을 수확마저 끝이 나면 넓은 밭이랑에는 찬 겨울 눈보라가 하얗게 덮여 설국이 되고 3월 춘풍에 눈 녹고 촉촉이 봄비가 내리고 난 뒤엔 하얀 모래밭이기만 했던 그 땅 끝으로 달래가 붉고 뾰족한 입새를 내민답니다. 한낱 잡초에 불과하지만 농사가 시작되기 전에 봄나물은 농촌의 축복 같은 것이랍니다. 달래를 캐어 나물로 무치고 찌개도 끓여 먹고 장에 내어다 팔기도 했던 엄마의 어릴 적 봄나들이 이야기가 경험해보지 못한 나에게는 꼭 동화 속 전설처럼 느껴진답니다.
  지금도 그 밭이랑에는 붉은 달래며 냉이, 쑥, 돌미나리가 토실한 아가 솜털 같은 새싹을 밀어 올리겠지요.
 12월 7일 태안기름유출 사건, 그 아픈 바다의 사건도 땅 끝에서 솟아오르는 그 생명들을 멈추게 할 수는 없겠지요. 올해에는 엄마와 함께 나도 그곳으로 가볼 거예요. 그래서 그 생명들의 소중한 쓰임새를 한번 느껴보고 안면도를 사랑하고 찾아봐 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요. 다가 와버린 이봄 안면도의 하얀 모래밭에서 또는 논우렁 이를 잡아보면서 봄나들이 한번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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