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인류 최초로 등정한 전문 산악인 힐러리경은 왜 산을 가느냐는 질문에 ‘산이 거기 있어 간다.’고 했다던가?
콜럼버스 달걀 세우기처럼 만고에 틀림없는 지당한 말씀이지만 우리 같은 필부가 그런 말을 했대도 과연 세인들의 뇌리에 명언으로 각인되어 전하고 전해질는지는 모를 일이다.
산이 거기 있어서 가야만 했고, 남부지방 아니 대한민국 단풍1번지라 해도 누구 한사람 이의 달사람 없이 자타가 공인하는 내장산 옆 백암산 단풍 등반길에 올랐다.
년 초 1년 계획에 따라 일찌감치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우리 산악회는 대형 관광버스 편으로 11월 14일 아침 06시 버스는 아파트 정문을 출발한다.
10여 년 전 입주 시부터 우리 아파트 산악회(부평자이 산악회 : 부자산악회)의 왕성한 활동은 인근에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어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그런 단체이다.
때가 김장철이라 집안 김장을 직접 해야만 하는 주부대원들과 그런 일을 직간접 도와야만 하는 남편들이나, 또는 친인척 결혼러시 철을 맞아 거기 참석하느라 8~90 노인들의 이빨 빠진 모양새처럼 버스에는 빈자리가 듬성듬성 보인다.
작년 10월 설악산 천불동 등반 시에는 전 좌석을 자리를 꽉 채우고 보조의자와 승하차용 계단에 까지 앉아야 해서 산악대장과 총무의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는데.....
전날 일기 예보에서 주말 비 소식에 약간은 걱정이 앞서지만 그래도 정오쯤에는 개일 것이라는 데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대원들의 표정은 대체로 밝은 편이다.
남쪽을 향해 달리는 차창으로 보이는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고, 차창에는 연신 내리는 안개비인지 이슬비인지가 물방울을 맺혀서 흘러내리고 있다.
과거 유행했던 ‘비 내리는 호남선’ 가요가 뇌리를 스치고 입안에서 옹알거려 진다.
전날 밤 기대에 부풀어 잠을 뒤척이느라 비몽사몽간이며 옆자리 동료 또한 비슷비슷한 상황이다.
천만 다행 내장산 옆 백암산 입구에 도착하니 하늘이 개이지는 않았지만 비는 멈췄고 그 유명한 단풍1번지 거대한 단풍나무들의 새빨갛고 샛노란 잎사귀들이 우릴 반긴다.
그래 단풍이라고 다 같은 단풍이 아니어!
단풍에도 급수가 있고 이 정도는 되어야 단풍1번지 소리를 듣는게야!
몇 십 년 전 운동화에 점퍼차림으로 이곳에 왔을 때 이후 첨인데 저절로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드는 환상적인 풍경이다.
백양사를 거쳐 상왕봉 정상을 향하는데 중턱에 다다를 무렵부터 다시 안개비의 연속이다.
등산로는 질퍽질퍽 미끄덩거리고 시야는 좁아지고 앞산은 고사하고 옆길의 단풍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서울인근의 등산로는 마사토나 모래길이라 이렇듯 질퍽거리지는 않았는데.
그래서 저 밑에 펼쳐지는 우리나라 제일의 곡창 비옥한 호남평야가 펼쳐진 것이리라.
단풍잎을 떨어뜨리고 반나의 부끄러운 몸매를 보여주기 수치스러웠는지, 아니면 나 같은 필부에게는 지극정성이 부족하여 그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싫었음인지 암튼 단풍나무는 안개 속에 꼭꼭 숨어 온통 보이질 않는다.
상왕봉을 거쳐 출발지 주차장에 등반 5시간 만에 도착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비는 그치고 지나온 뒤쪽 산에는 구름 모자를 쓴 봉우리들이 아슴푸레하게 보인다.
다음 내장산 백암산을 찾을 때에는 더욱더 공을 들이고 지극정성적인 생활을 해서 산 밑의 환상적인 단풍과 함께 그야말로 산 전체의 단풍을 만끽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귀경 차에 몸을 싣는다.
부평자이아파트 박 현 수 (010-2433-8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