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 ‘기적의 도서관’이 낳은 ‘아름다운 풍경’
2006-06-06 13:00 | VIEW : 7,529

▲책 읽어주는 아버지와 아들 - 그 행복한 모습▲
한참을 바라보았다. 어린 아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아빠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평화로워서. 아들은 아빠가 다 읽어 준 동화책을 서가에 꽂은 후 또다시 맘에 드는 책을 골랐다. “아빠, 이거….” 아들이 책을 내밀자 아빠는 환히 웃으며 동화책을 펼쳤다. 아들은 귀를 쫑긋 세웠고 아빠는 독서삼매경에 빠진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아들 곁에 바짝 다가앉아 속삭이듯 동화책을 읽었다.

▲“아빠가 읽어주는 동화가 좋아요”▲
지난 3일 토요일 오후. 적잖은 아빠들이 집에서 TV 리모컨을 손에 쥐고 쇼파에서 뒹굴 시간에 이근범씨(46ㆍ인천시 산곡동)는 여섯 살 난 늦둥이 충만이를 데리고 도서관을 찾았다. “아빠가 책 읽어주는 것을 좋아해 아들을 데리고 종종 주말에 도서관 나들이에 나선다”는 이씨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빠가 들려주는 동화가 더 재미있나 봐요. 도서관 가자고 하면 아이가 먼저 신발신고 기다린다니까요. 책 읽는 습관만큼 훌륭한 교육은 없다고 생각해요. 아들이 도서관을 ‘놀이터’로 여기는 것 같아요.”

▲한 폭의 그림 같은 엄마와 딸▲
인천시 부평구 부개동에 위치한 ‘부평 기적의 도서관’. 지난 3월 10일 개관한 이곳에는 부모와 함께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도서관 창가에 앉아 딸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엄마와 딸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은 도서관 곳곳을 수놓았다.
부평 기적의 도서관은 대지면적 390여평, 연면적 280여평에 지하1층, 지상2층 규모로 지어졌다. 1층에는 미취학 아동들이 부모님과 책을 읽을 수 있는 ‘엄마랑 아가랑’, 공연ㆍ영상물 시청각실 ‘어울림’, 동화구연실 ‘이야기숲’, 디지털 자료실 ‘셈틀방’ 등으로 꾸며졌고 2층에는 동아리방인 ‘샘글방’, ‘책벌레방’ 등을 갖췄다.
도서관 장서는 1만8천여권. 도서관 전체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계 돼 있었다. 집 보다 더 안락한 공간으로 꾸며진 도서관은 아이들의 천국이었다. 퍼즐놀이를 겸할 수 있는 재미있는 모양의 쇼파에서 배를 쭉 깔고 엎드려 책을 읽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세 자녀와 함께 도서관 찾은 이종일씨 가족▲
곰돌이 인형이 놓인 유아방에서 세 자녀와 함께 책을 읽고 있는 이종일(43ㆍ인천시 계산동)ㆍ김은희씨(36) 부부는 시간이 날 때 마다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으로 발길을 돌린다. 집 근처에 기적의 도서관이 개관한 이후 생긴 습관이다.
“구경삼아 한번 찾아왔는데 아내와 아이들이 도서관을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책과 친할 수 있도록 공간을 꾸민 게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아요. 이런 도서관이 동네마다 있었으면 좋겠어요. 도서관을 잘 만들어 놓으니까 아이들이 먼저 가자고 조르잖아요.”

▲개구쟁이 아이들 ‘책 앞으로’▲
최지혜관장은 “평일에는 1천여명이, 주말에는 2천~3천여명이 도서관을 찾는다”며 “지역을 대표하는 명물이 됐다”고 소개했다.
기적의 도서관은 널리 알려졌다시피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이 MBC ‘느낌표’와 함께 2003년부터 시작한 어린이 전용도서관 건립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고백하건대 TV를 통해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를 지켜보면서 “한 순간 이벤트이겠거니”하고 과소평가했다. 3년 전 전남 순천을 시작으로 아홉 번째로 문을 연 부평 기적의 도서관. 수도권에서는 처 음 문을 연 ‘부평 기적의 도서관’은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손잡고 도서관을 찾게 만드는 또 다른 ‘기적’을 낳았다.

▲부평기적의 도서관 전경▲
기사제공= 흥국생명 세상엿보기 / 김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