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기획특집 인터뷰(2019.12.26)
굴포천 생태하천 복원·원도심 다시 살려 도시 경쟁력 높인다
인천 부평구, 도시재생뉴딜사업 박차
인천시 부평구가 굴포천 생태하천 복원으로 생명과 문화가 흐르는 물길을 되살리고 있다. 굴포천은 인천 부평·계양구, 경기도 부천·김포시, 그리고 서울시 강서구를 지나 한강으로 빠져나가는 총 21.17㎞ 길이의 서부 수도권을 대표하는 하천이다. 하지만 과거 급속한 도시 발전에 따라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고, 산업화를 거치면서 급작스러운 물고기 죽음과 심한 악취가 발생하는 등 각종 환경문제에 직면했다.
결국 1990년대 중반 발원지 인근 인천가족공원에서 부평구청 앞까지 3.46㎞ 구간에 콘크리트를 씌워 현재까지 주차장으로 사용 중이다. 부평구는 굴포천을 원래 모습대로 회복시키는 것과 연계해 총 10개의 단위사업이 포함된 도시재생뉴딜 ‘인천을 선도하는 지속가능 부평11번가’로 새로운 미래를 여는 발돋움을 준비하고 있다.
◆25년여 만에 콘크리트 걷어내고 본래 모습으로
굴포천은 인천의 하천 중에서 물길이 가장 길다. 부평동 인천가족공원이 조성된 광학산 북서사면에서 발원해 도심과 공단 지대를 길게 가로지른다. 이어 부천시 원미·오정구의 행정경계, 계양구 상야·평동을 통과해 경기 김포시 고촌면 신곡리에 이르러 한강에 물을 더한다. 2016년 12월 28일 부평구청 앞 복개종점부터 한강합류지점(15.31㎞)이 국가하천으로 지정됐다.
당초 굴포천은 고려, 조선을 거치며 각각 한강과 황해를 잇는 일종의 운하로 만들려고 했었다. 하지만 부평동과 남동구 간석동을 연결하는 이른바 ‘원통이 고개’에 이르러 무산된다. 암반으로 된 지반을 굴착하지 못해서인데 그때부터 “원통하다”는 탄식과 더불어 ‘원통이 고개’란 이름이 붙었다는 구전이 전해진다.
해방을 맞으면서 굴포천은 아낙들의 빨래터이자 아이들 놀이터가 됐다. 인근은 일제강점기 당시 군수물자를 생산했던 일본육군조병창 대신 미군의 다채로운 부대가 자리 잡은 ‘애스컴(ASCOM) 시티’로 변했고 한참 격동의 세월을 보냈다. 애스컴은 미군수지원사령부(Army Service Command)의 약칭을 딴 것이다.
1980년대에 들어서며 이곳에도 아파트 건설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미군 부대가 떠난 자리에는 인구 5만여명을 한데 수용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세워졌다. 그렇게 굴포천의 옛 모습은 점차 사라져 갔다. 시간이 흘러 국가적으로 친환경 정책 추진에 따라서 굴포천의 복원 필요성이 제기됐다. 2015년 4월 정부의 ‘제4차 통합집중형 지원대상 오염하천’으로 선정된 굴포천은 2017년 11월 한국환경공단과 사업 위·수탁 협약을 체결한 뒤 지난해 기본·실시설계에 착수한다.
굴포천 생태하천 복원은 국비 10억원과 지방비 476억원 등 모두 486억원을 투입해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부평구청에 이르는 1.2㎞ 복개구간의 콘크리트를 걷어내는 게 골자다. 이외 깨끗한 물을 공급할 하수도 분야 예산 150억원이 더해져 총 636억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2022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부평구는 ‘자연과 이야기하면서 걷고 싶은 하천 굴포천’을 슬로건에 △부평구 문화자원과 연계한 관광 인프라 창출 △하천구조 개선 및 종·횡적 생태축 연결로 생물다양성 확보 △복개구간 철거로 옛물길 복원, 수생태계 건강성 회복 등을 대주제로 정했다.
구체적으로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부흥로 1구간은 생태·문화 체험장으로 꾸민다. 복지센터 전면에 문화광장을 마련하고, 연못형 워터스크린을 설치해 시점부의 랜드마크로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 부흥로∼백마교 생태관찰·탐방구간이다. 학생들의 등하굣길과 생태관찰 및 탐방로를 정비하면서 백마교 하부 수변 쉼터, 전망테라스 등을 갖추고자 한다. 끝으로 부평구청까지 생물서식처를 선보이고 정수식물로 수질을 개선하는 등 자연생태 개선에 나선다.
◆원도심 살리고 도시 경쟁력은 높인다
지역 일각에서는 굴포천 복원으로 주차공간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 1.2㎞ 길이의 복개 주차장이 하천으로 변화되기 때문이다. 구는 주민들의 이런 민원을 사전 해소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방안을 고심 중이다. 우선 동시에 진행되는 도시재생뉴딜 중 혁신센터 건립 과정에서 부설주차장 300면 외에 추가로 공영주차장 300면 정도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먹거리타운 광장에 40면, 신트리공원 하부 약 160면을 마련코자 한다.
생태하천을 찾는 이용객의 편의 차원에서 복원지역 내 주차면 확보를 고민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 내 학교들과 머리를 맞댔다. 지난 9일 부원중학교 등 5개교 및 북부교육지원청과 학교주차장 개방 협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구 관계자는 “주차난은 우리 구뿐만 아니라 전국 대도시들이 공통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문제”라며 “주차환경 개선으로 구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평구는 굴포천 복원과 병행해 도시의 미래를 만들어갈 ‘지속가능 부평11번가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유엔지속가능발전 의제가 채택한 11번째 과제인 ‘포용적이고 안전하며 회복력 있는 정주지 조성’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신도시 및 인근 신규 상권 형성과 소비유형 변화로 쇠퇴하고 있는 중심 시가지가 대상이다. 간략히 교통·문화·전통시장 등 지역이 가진 잠재력을 활성화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도심 살리기’ 프로젝트다. 공공기관과 주민, 도시재생 전문가들이 힘을 보탠다. 2022년까지 부평미군기지 오수정화조, 굴포먹거리타운 등 22만㎡ 부지가 해당한다. 국비 261억8000만원, 시비 548억7000만원, 구비 432억1000만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400억원 등 전체 1642억6000여만원이 투입된다.
중심시가지 도시재생을 목표로 일자리 창출, 지역상권 확대, 보행환경개선 등 4대 핵심전략이 확정됐다. 또 혁신센터·보행인프라·굴포문화누림터 조성을 비롯해 굴포먹거리타운·굴포둥지마을·스마트시티상권·지역거버넌스 활성화, 푸드플랫폼 구축 등 10개의 세부적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구는 도시와 그 구성원들이 모두 삶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http://www.segye.com/newsView/20191224513791
굴포천 생태환경 복원 프로젝트… 친환경 도시 탈바꿈 위한 밑바탕
차준택 부평구청장
“굴포천 생태환경 복원 프로젝트는 부평이 친환경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밑바탕입니다. 중심 시가지가 주민들에게 살기 좋은 동네로, 상인에겐 장사 잘되는 상권으로, 그리고 방문객에는 다시 찾고 싶은 매력적인 장소로 탈바꿈될 것입니다.”
차준택(사진) 부평구청장은 취임 뒤 확정한 36개 공약 중에서 굴포천 분야를 특히 강조했다. 부평은 건물이 빼곡하면서 인구밀도 역시 높다. 당장 부족한 녹지나 자연친화적 공간이 삶의 터전에 마련되길 바란다.
콘크리트로 덮인 굴포천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면 생태재생이, 여기에 더해 다채로운 문화활성화 일환으로 각종 프로그램이 시민들과 만날 계획이다. 또 혁신센터와 굴포둥지마을의 공가매입 등으로 도시재생이 이뤄지고, 연장선에서 주변 시장과 지하상가도 활력이 넘칠 전망이다.
차 구청장은 지역의 미래를 바꿀 ‘부평11번가’ 사업의 중요성도 빼놓지 않는다. 그는 “전체 1642억원이란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기에 소통과 참여로 협치하면서 주민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라며 “단순 철거와 신축이 아닌 역사·문화는 보존하고, 경제·사회적으로 바른 변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가운데서 혁신센터 조성은 핵심이다. 그동안 대상지인 부평 캠프마켓 오수정화조의 확보가 관건으로 꼽혔다. 구는 지난 6월 국방부와 해당 부지의 매입 및 조기반환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외교부 등과 적극적 협업으로 2개월 뒤인 8월 미군으로부터 반환받는 성과를 이뤄냈다.
구는 오수정화조 터 4만7000㎡ 면적에 혁신센터를 구축해 공공지원센터와 임대주택·상가, 공영주차장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외 음식과 디자인, ICT(정보통신기술)가 결합한 푸드플랫폼은 이 일대에서 창업보육, 컨설팅, 브랜드 상품화, 공연과 전시·체험 등 종합문화공간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차 구청장은 “혁신센터가 문을 열면 청년과 대학생, 사회초년생 등에 행복주택을 공급하고, 공공임대상가도 들어서 둥지 내몰림 문제에 대비할 것”이라며 “굴포천은 시민들에게 되돌려주면서 주차장 확보와 함께 지원센터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http://www.segye.com/newsView/20191224513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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