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명: 유목주의는 침략주의다
* 저 자: 천규석
* 발행처: 실천문학사(2006)
* 내 용
책머리에
제1부 꼴불견 세상
입 닥쳐라, 브리지트 바르도야
김지하의 유목과 농경문화 통합의 일방성
권력화하는 시민운동과 경직화된 학생운동
곡학아세하지 않는 지식인은 없다
정조는 개혁군주였나
세대교체가 체제교체는 아니다
정치적 집단광기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 밖의 꼴불견들
제2부 유목주의는 침략주의다
유목은 지속 불가능한 생계수단이다
유목민의 침략으로 성립된 고대국가들
이주민들의 침략 없는 곳에 중앙집권국가는 없었다
유목주의는 세계시장제국주의 철학이다
책 소개
‘한국의 스콧 니어링’, ‘극단적 원칙주의자’, ‘극단적 환경주의자’ 등 각종 수식어가 따라붙는 농사꾼 천규석이 도발적인 제목의 신간에서 한국사회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천규석은 도시와 농촌 간 유기농산물 직거래를 통해 우리 농업의 활로를 모색하며 대구에서 ‘한살림운동’을 이끌고 있는 인물. 그는 남들이 생각은 하면서도 체면을 차리느라 하지 못하는 말을 함으로써 듣는 이의 속을 후련하게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번에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된 『유목주의는 침략주의다』에서도 그는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한국사회의 여러 꼴불견들에 고언을 던졌다. 이 책에서 비판의 자리에 놓인 이들은 복지사회를 외치며 국가권력의 확대를 꾀하는 관료·지식인들, 권력화된 시민운동가, 이데올로기에 함몰되어 교조적 모습을 보이는 운동권 학생들, 권력에 아부하여 한자리 얻고자 하는 지식인 등 매우 다양한데, 특히 저자는 절반 가까운 분량을 할애하여 최근 21세기 디지털시대의 대안적 생활방식으로 부상한 유목주의란 것이 기실 침략주의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불완전한 생활방식이라면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농업 중심의 문명으로 복귀할 것을 역설한다.
유목주의는 침략주의다
그가 유목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주로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유목은 본질적으로 단위 토지당 식량 생산이 농경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생산양식으로, 지구 전역에서 실시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목은 비자급적이고 지속 불가능한 생산양식인 것이다. 이는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과거 유목민들이 도시와 국가를 세웠을 때, 이들이 필연적으로 인근 농경민에 대한 침략과 농업생산물의 탈취를 통하여 국가를 유지하려 했던 것에서도 드러난다. 유라시아 대륙과 중앙아메리카의 고대 국가들도 나름의 소규모 공동체를 이뤄 살고 있던 농경민의 땅에 이주민이 침입하여 세운 것이며,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세계시장 제국주의도 따지고 보면 그 침략성, 수탈성에서 유목주의에 닿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목주의 비판은 주로 이 책의 제2부에서 펼쳐진다. 책 말미의 참고도서 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는바,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을 비롯, 수십 권의 서적을 참고하면서 이루어지는 유목주의에 대한 이론적 성찰, 고대 중국과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앙아시아와 북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 등 지구 전역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유목주의의 침략과 파괴의 역사에 대한 요약적 서술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유목주의의 역사를 유목민의 농경정착민에 대한 침략의 역사로 보는 새로운 시각은 독자에게 지적 개안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꼴불견은 꼴불견이라 부르도록 하자
제1부에서는 타자의 문화에 대한 몰이해와 자기반성의 부재, 그리고 맹목적 서구추수주의에서 비롯되어 한창 지면을 달구었던 개고기 식용 비판을 둘러싼 논란, 김지하가 수년째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유목-농경문화 통합 주장의 일방적 성격, 정작 농민의 삶은 외면하는 시민운동과 학생운동, 고은·유홍준 등 곡학아세하는 지식인의 천태만상에 대한 비판, 최근 전 국민에 충격을 안겨주었던 황우석 사태의 본질을 적시한 글 들을 ‘꼴불견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묶었다. 제목도 제목이지만, 저자는 매 글에서마다 거칠고 직접적인 표현으로 ‘꼴불견 세상’을 비판하고 있는데, 도대체 저자는 왜 이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체제 안에 들어간 옛 민주투사들은 들뢰즈나 가타리류의 유목주의를 국가로부터의 해방철학이라도 되는 양 떠받들면서 그것이 신자유주의의 탈을 쓴 세계시장제국주의와 신침략주의를 합리화하는 변설임은 애써 외면한다. 그리하여 이들은 시장에 대해서는 작은 정부가 되어야 한다면서 이 시장경쟁에서 진 약자와 소외된 이들을 핑계로 이들을 위한 보다 큰 복지국가를 만들어야한다는 모순된 관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우리 생명의 주권이고 공동체문화의 바탕인 쌀과 우리농업도 전체 국익(공산품 수출)을 위해서라면 버리고 가는 것이 진보라고 생각한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이들의 가짜 진보에 열불을 못 참아 쓴 글들을 묶은 것이 이 책이다.
「책머리에」에서 들을 수 있는 그의 말마따나 그의 이러한 강도 높은 비판 뒤에는 위기에 처한 농업과 민중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그렇기 때문에 투박하지만 거침없는 그의 쓴소리가 묵직한 울림을 주는 것이다. 생활현장에서 철학함을 실천하는 이 농사꾼 철학자의 일갈이 그래서 시원하다. ‘민주화운동보상법’의 제정으로 민주화운동 관련 인사들이 보상을 받고 또 적지 않은 이들이 체제 내로 진입하는 데 성공한 이때, 제도권 밖, 그것도 가장 소외된 지역인 농촌에 남아 있는 명실상부한 ‘재야인사’의 소회는 어떠한지, 그 목소리도 귀기울여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