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가 돌아왔다.- 매일경제신문
피아노와 함께 이사를 할 때마다 '버릴지 둘지'를 고민하게 했던 '천덕꾸러기' 자전거. 이 자전거가 돌아오고 있다. 40년 만에 '관용 자전거'가 선을 보이더 니 올 겨울 연탄과 함께 때 아닌 제2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돌아온 자전거'는 개념부터 확 달라지고 있다. 우선 '탈 것'이나 '운반 수단' 이라는 오랜 틀을 훌훌 벗어던졌다.
건강을 잃은 도시민들에겐 웰빙 건강기구로, 주말 레저족에게는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청량제로 부상하고 있다. 사랑을 실천하는가 하면 자동차와 오토바이에 내줬던 '거리'를 돌려달라며 아우성을 치기도 한다. 급기야 자동차 보다 빠르다며 큰소리다. '돌아온 자전거'의 주장을 어디 한 번 들어볼까.
◆ 토끼보다 빨라진 거북이?=자전거가 자동차보다 빠르다니? 교통체증을 감안 한 출퇴근 시간대에 한정시킨다면 맞는 말이다.
세계적인 석학 레스터 브라운은 런던 시내의 자동차 속도가 100년 전 마차 속 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워 때 전국 대도시의 자동차 평균 주행 속도는 고작 시간당 20㎞ 안팎이다. 중세 때 마차가 최고 시속 60㎞까지 속도를 냈으 니 사실상 레스터 브라운의 지적이 맞는 셈이다.
삼천리 재경팀에 근무하는 이종우 팀장(39)은 경기도 부천 집과 서울 논현역 본사까지 10년째 자전거로 왕복하고 있다.
자전거로 편도에 걸리는 시간은 정확히 1시간10분 정도. 같은 시간대 자동차( 라노스)로는 1시간20분 정도가 소요된다. '시민의 발'을 부르짖는 지하철을 타 도 1시간15분은 잡아야 한다. 놀랍게도 자전거가 가장 빠른 셈이다.
경기도 의왕에서 서울역 근처의 서울 힐튼호텔까지 28㎞ 구간을 왕복하는 권헌 지배인(50)이 자전거 안장에 앉아 있는 시간은 편도 1시간45분 정도. 자동차로 는 출퇴근 시간에 1시간20분 정도가 걸리고 지하철로는 정확히 1시간15분 정도 소요된다.
'자동차는 점점 느려지는 반면 자전거는 주변 도로 정비로 점차 빨라지고 있다 '는 게 두 사람의 공통된 지적이다.
자전거사랑 전국연합회는 운전자들이 정체된 차 안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연평 균 45일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영복 서울지부 본부장은 '건널목 등을 감안할 때 자전거 평균 주행 속도는 시간당 15~20㎞ 수준'이라며 '출퇴근 시간대 웬만한 거리는 자전거가 훨씬 빠 를 수 있다'고 말했다.
◆ 타는 만큼 돈이다?=미국의 금융전문매체인 CNBC는 최근 '부자가 되기 위해 고쳐야 할 작은 생활 습관 20가지'를 소개했다.
그 중 하나가 '몸의 편안함을 돈으로 바꿔라'라는 것. 세부 사항이 눈길을 끈 다. 값싸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라는 것이다.
최근 신세대들 사이에는 '사이클 테크'가 유행이다. 말 그대로 타는 만큼 돈이 다. 5년째 자동차를 떠나 사는 김종구 씨(57ㆍ초등학교 교사)는 차를 탈 때와 비교하면 한 달에 30만원 이상 절약한다. 5년 간 자전거를 탔으니 30만원짜리 적금으로 따지면 1800만원 정도를 아낀 것이다.
그것뿐인가. 고질적인 당뇨와 고지혈증도 완치 상태. 이로 인해 줄어든 약값까 지 따지면 '사이클 테크'로 톡톡히 효과를 본 셈이다.
곧 결혼을 앞둔 회사원 김태화 씨(32)는 한 달 월급 250만원 중 180만원 이상 을 꼬박 저금한다.
모두 자전거 덕이라는 것. 3년째 자전거 신세를 지면서 월 적금액을 30만원 이 상 늘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유했던 자동차는 중고시장에 팔아 1000만원 이상 종잣돈을 모았고 올 초 주식에 투자해 40% 이상 차익을 냈다.
토종 브랜드인 삼천리는 최근 사이클 테크에 관한 흥미로운 통계를 내놓았다. ℓ당 1500원대에 육박하는 '고유가' 시대에는 자전거를 타는 것이 유용한 재테 크 수단이 된다는 내용이다.
자동차 소유자는 자전거로 출퇴근(거리 편도 30㎞) 하면 연간 339만원(월 28만 2000원ㆍ주차비 1개월 1만2000원 계산)을 아낄 수 있다. 버스나 지하철도 마찬 가지. 버스는 연간 42만원, 지하철은 연간 60만원 정도를 각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전체로 봐도 효과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전거 교 통 분담률은 기껏해야 2.4% 수준. 네덜란드(그로닝겐)의 50%나 일본(도쿄) 25% 와는 천양지차다. 하지만 이를 10%대까지만 끌어올려도 연간 1조8900억원의 에 너지 절감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윤희 국민생활체육전국자전거연합회장은 '이 경우 자전거 주행 속도는 시속 30㎞까지 빨라질 수 있다'며 '대기오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매연도 효과적 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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