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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베꾸마당 거리에서 찾는다

  • 작성자
    관리자(부평의제21실천협의회)
    작성일
    2006년 5월 30일(화)
  • 조회수
    560





잃어버린 베꾸마당 거리에서 찾는다
도시인들에게 한 뼘의 거리와 광장을 달라...도심에선 만날 ‘길’ 이 없다







꽹과리의 까불거리는 듯 다소 소란한 소리, 하늘과 땅 사이를 울리는 징소리에 맞춰 정교한 장단을 선사해주는 장고소리와 ‘둥둥 두 둥둥’하늘로 향하는 북소리를 앞세우고 서낭당신, 당산 신에게 제를 올린다. 풍물패는 이 집 저 집을 돌고 마을인들은 그 뒤를 따른다. 마을로 향하는 풍물소리의 시작은 언제나 베꾸마당이었다. 마을 입구에 있는 바깥마당인 이 곳에서 마을 사람들은 타작도 하고 벼도 말리고 지신밟기(경상도에선 ‘매구치다’고 함)도 했다.













   

베꾸마당은 그야말로 마을 공동의 소유지였다. 우리에게 광장문화가 없다고 한탄하는 이들도 있지만 기실 우리에겐 광장문화에 손색없는 마당문화가 있었다. 그리고 사립문과 사립문 사이는 골목으로 이어져 마을인들의 소통 통로 역할을 했다. 지신밟기로 한 푼 두 푼 모인 돈과 현물은 마을공동사업으로 쓰이며 서로의 유대를 확인했다.

흥겨운 놀이천국이던 도심 속 골목길

△도시는 마을인들을 흡수했지만, 마당과 골목은 사라지다 = 1960년대 한국에서 본격적인 이농이 시작된 후 도시는 마을인들을 흡수했다. 마을인들과 함께 하던 마당은 다시 도시로 게워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도심 속 골목은 도시로 이주한 마을인들의 아쉬움을 달랬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공기놀이·숨바꼭질·진 놀이 등으로 아이들의 흥겨운 놀이천국이던 도시의 골목길들. 하지만 이후 각종 재개발이 시행돼 자로 잰 듯한 보도블록으로 대체되거나 차가 그 공간을 점유해 버렸다. 경제성장 일변도와 도·농간 불균형 성장정책으로 마을인들은 ‘도시로 도시로’ 흘러 들어오고, 도시의 발전은 곧 도로와 사람, 여기에 자동차까지 과포화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개발로만 얼룩진 도심엔 숨구멍 역할을 하는 광장도 공원도 절대 부족하게 되었다. 생산과 소비에 직접 관련이 없는 공간은 축소되거나 도시 밖으로 내보내졌고, 자본의 이윤추구에 적합하지 않은 모든 기능은 도시에서 제거됐다. 이농 2세대, 3세대가 태어나고, 도시로 온 마을인들에겐 이젠 마당과 골목은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마당과 거리를 잃어버린 대가로 자본집적을 위한 최적 공간이 된 도시 = 고도로 집적된 도시, 그 중심엔 또 고도로 집적된 생산과 소비공간만이 존재한다.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지 않으면 뭉치는 것처럼 도시의 삶에서 휴식과 이완의 공간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거리 혹은 길은 수학적 개념인 직선이 되었다. ‘두 점 사이를 잇는 최단거리의 선분.’ 그래서 길은 가능한 한 곧아야 한다. 그 길을 통해 차가 빠르고 분명하게 물자와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자본 집적을 위해 최적화된 도시. ‘상품’과 ‘소비자’(또는 일하는 이들)를 신속하게 나르고 모아 생산과 소비라는 자본 회전을 가속화시키고, 자본이 쉼 없이 재생산된다.

이젠 도시에서 배회하고 머무르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 주·정차는 단지 생산과 소비를 위해 이동하는 차에게 허락되고 사람은 배제된다. 집과 공장, 공장과 공장, 집과 대형소비공간 등 ‘점 대 젼만이 있고, 점과 점을 잇는 거리와 풍경은 의미를 잃어버렸다.













   
이농역사 50여 년 만에 마을인들이 가졌던, 그리고 그들의 후예가 공유해야 할 마당과 길은 효율성이란 이름 아래 사라지거나 내팽개쳐졌다. 마을이란 공동체를 형성하고 서로가 소통하던 공간-마당과 골목, 혹은 거리가 사라진 후에야 비로소 도시 속에서 숨을 쉬기 힘들다는 것을 느낀다.

자본에 빼앗긴 채 자동차에 점령당해

그래서 그들이 살지 않는 미지의 세계인 산과 들·바다·농촌으로 향해 노동을 중단한 시간인 주말이면 차를 몰고 나가 보지만 하루 5~6시간을 도로에서 버리기 일쑤다.

도시민들은 이제야 서서히 거리가 소통을 위한 공간, 도심 속 마당과 골목을 대체하는 공간이란 인식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그 거리는 간판과 차가 막아선 지 오래다.

걷고싶은 도시 만들기 시민연대 김은희 사무국장은 “도시는 평면적으로 보면 점-선-면으로 이뤄진 유기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지금은 유럽의 광장과 광장을 잇는 거리, 우리의 마당과 마당을 잇는 골목(거리)은 통과와 머무름이 없는 버려진 공간이 되었다.


건물도 그 곳을 잇는 주변 경관과 길에 대한 인식 없이 자기 완결만 추구하다보니 선을 단절시켰다”며 “하지만 거리는 전통적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사람들이 생명력을 쏟아 붓는 움직이는 공간이었다. 우리가 거리와 거리의 보행권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잃어버린 커뮤니티를 도심 속에서 다시 찾자는 의미”라고 규정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광화문에 모인 엄청난 인파. 축구를 통해 잊힌 마당이 부활되었다. 정부와 지자체는 쉼터인 공원과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광장을 형성해보려 했으나 이미 개발을 위해 상업자본과 건설자본에게 국·공유지 상당수를 팔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정부와 지자체가 소유한 국·공유지가 이른바 선진국이라 일컬어지는 국가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현실 앞에 숨쉴 수 있는 도시로 바꾸고 싶은 도시민들은 할 말을 잃는다. 도심 속 공공소유부지가 절대 부족한 상황은 거리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인 것이다.

△거인의 정원, 담장을 허물면 거리가 보인다 = 창원대학교 건축학과 서유석 교수는 달라진 소비공간에 대해 “도시의 과밀은 2~4층 정도의 저층 상가가 밀집돼 도심 중심상권을 형성하였고, 이 곳이 소비공간의 중심이 되었다”며 “그러나 이렇게 개인적으로 분산되었던 자본은 자동차와 대중교통이 발달하면서 보다 소비상품이 단일 공간으로 집중된 곳인 대형 유통자본이 세운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로 대체되었다”고 말했다. 도시가 팽창하면서 그나마 존재하던 도심 속 소통공간이던 지상 상권마저 그 구실을 잃게 된 것이다.














   


상권의 활황이 이어지던 예전, 때론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욕심쟁이 거인>에 나오는 거인처럼 점포 앞을 물건들로 담을 쌓아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정원을 빼앗기도 했던 기성 도시중심 지상상권들. 이젠 도시민들의 소비형태가 고효율과 집적 중심으로 변화함에 따라 겨울만 계속 되는 위기에 처했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공간’ 욕구늘어나

기성중심상업지는 도시민들에게 필요한 숨쉴 수 있는 공간과 상권활성화라는 어쩜 서로 다를 수 있는 토끼를 좇아 각종 ‘테마거리’, ‘문화의 거리’ 등 보행자 중심거리로 조성되고 있다. 거인의 정원을 임시로 연 것이다. 이렇게 기성상업지를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 보행자중심거리가 생기고 있지만 아직 ‘마당’이 되지는 못한다. 안타깝게도 효율성을 앞세운 기존의 거인들은 때론 그 정원을 차로 다시 닫겠다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거리가 새로운 마당과 골목’이란 개념은 여전히 희미하다.


※이 기획취재는 문화관광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전국 지역신문 종합평가 결과 경남도민일보가 우선지원대상 신문사로 선정됨에 따라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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