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을 지나 서서히 불기 시작한 도내 보행자 중심 거리조성은 2000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시민들의 휴식과 편안한 보행을 일차적 목적으로, 혹은 김해시 가야유적 연결로(일명 김해 문화의 거리)처럼 문화유적지 인근 경관정비를 위해 이뤄진 곳이 대부분이었다.
적극적 관리없는 거리정책에 방치
△ 거리경관 정비에서 보행자전용 혹은 우선거리로 = ‘문화의 거리’혹은 ‘테마거리’라고는 하지만 도내에서 ‘문화’나 ‘예술’이 넘쳐나는, 혹은 분명한 테마가 있게 만들어진 거리는 많지 않다.
통영시는 지난 97년 통영문화마당 주변 1.6km를 ‘문화와 예술의 거리’로 조성하고, 2001년 2월에는 별도 조성공사 없이 청마거리(중앙동 신라누비~제일칼라 190m)와 윤이상 거리(도천동 방교~해저터널 790m)를 지정했다.
진해시도 시민들의 휴식공간을 만든다는 목적으로 중원로터리 옆 350m를 95년부터 99년까지 3억원을 들여 정비했다.
이들 거리는 보행자전용, 혹은 보행자우선 거리의 전초전이었다.
도내에서 조성된 거리 중 특이한 곳은 1996년부터 만들어진 일명 김해문화의 거리다. 행정명칭이 ‘가야유적 연결로’인 이 거리는 총 159억3000만원을 들여 올 6월까지 3차 사업으로 조성되었다. 다른 지역과 다른 점은 옛 금관가야유적지와 박물관 등이 밀집돼 있어 문화관광사업의 하나로 대규모 비용을 들여 만들어졌다는 점. 매주 주말이면 김해박물관에서 구봉초등학교까지는 차량통행을 막는다. 토요일마다 YMCA 주최로 청소년들과 시민들을 상대로 다양한 행사를 치러 보행권을 확보하고, 시민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들 거리와 달리 2000년 전후해 만들어지기 시작한 도내 주요 거리조성 사업은 대부분 기성상업지나 재래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다. 더불어 1990년대 중반 이후 전국 곳곳에 불어닥친 보행자 중심 거리 만들기를 본떠 대부분 차 없는 거리(보행자전용거리)나 보행자우선거리로 만들어졌다.
이런 거리조성을 가장 빨리 한 기초자치단체는 진주시다. 진주시는 대표적인 중심상권이던 대안동 옛 진주극장 뒤 거리 105m와 교차로 사거리 150m를 99년 1억 6000만원, 2001년 10월부터 2002년 1월까지 2억4000만원 등 총 3억 9000만원을 들여 차 없는 거리를 만들었다. 또한 재래시장인 중앙시장 거리 432m를 공사비 2억 8000만원을 들여 2001년 12월에 대안동과 마찬가지로 상권활성화와 진주명물거리조성을 목표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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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시는 1998년 8월 부림시장 입구에서 구 시다방까지 224m, 폭 8m의 거리를 6억 5000만원을 들여 ‘창동문화의 거리’로 조성하였다. 평일 오후 3시부터 9시까지 주말 오후 1시부터 밤12시까지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시간별 보행자 전용거리로 조성돼 있다.
이후 오동동 상인들의 요구로 2001년 12월에는 코아양과와 오동동사거리까지 160m 구간을 ‘오동동 문화의 거리’라는 보행자전용거리로 만들게 된다.
인근 창원시는 중앙동 중심상업지구(평화상가에서 경남은행 중앙지점 917m까지)에 기존 양방향 2차로 도로를 굴곡형 일방통행차도로 바꾸고, 양쪽 보도를 확장시킨 보행자 우선거리를 18억 7000만원을 투입해 2005년 2월말 완공했다.
김해시 또한 가야유적 연결로와 별도로 가락로 제일안경집과 동상시장 입구, 문성로 교차로까지 이어지는 260m를 ‘종로길 조성공사’라는 이름으로 11억원을 들여 오는 30일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 길 역시 마산·창원·진주와 마찬가지로 기존 재래시장인 동상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 거리조성에 나타난 공통점은 지역상권활성화와 다소 모호한 문화공간확보를 내세우지만 ‘왜 보행자를 중심으로 한 거리를 조성하는갗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거리조성요구는 했지만 막상 조성과정에선 상인들이나 주민들은 수동적 역할에 머물렀고, 거리조성 후 거리를 관리하는 주체 또한 분명하지 않아 거리자체가 방치되고 있다.
더욱이 인근 지역과 조성된 거리가 향후 어떤 연계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도 전혀 없다. 조성 후 ‘상인요구→시의 검토→거리조성시행→시행 후 몇몇 일회성 축제→이후 거리관리주체 부재→거리와 상권 재침체’라는 순환이 이어진다.
이렇다 보니 최근 오동동 문화의 거리처럼 상인들이 다시 차량통행을 허가해 달라는 요구가 나오기 시작한다.
적극적 관리없는 거리정책에 방치
△ 차 없는 거리 존폐기로에 있는 마산시 오동동 문화의 거리 = “요즘은 뜸하지만 한 달에 2~3번 정도 쇼핑을 하기 위해 창동에 가게 되는데, 오동동은 갈 일이 없어요. 딱히 볼 게 없고, 예전에 유흥업소가 많아 잘 가지 않은 곳이니까 더 그렇죠”라는 박주희(21·마산시 월영동)씨.
20대 고객을 잃어가고 있는 오동동 상권의 단면을 드러낸다.
마산시 창동과 함께 기존 중심상권이던 오동동에도 지난 2001년 12월 차 없는 거리인 ‘오동동 문화의 거리’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조성된 지 3년이 지난 올 2월 건물주를 중심으로 한 상인연합회에서 다시 차량통행을 할 수 있도록 시에 진정서를 냈다.
오동동 상인연합회 재 결성 추진위원회 이승일 사무국장은 “처음 문화의 거리가 만들어졌을 때 건물주를 중심으로 시와 합의가 되었지, 임차상인과 충분한 협의는 없었다. ‘문화의 거리’라고는 하지만 조성 후 운영에 있어 어쩌다 하는 길거리 공연 이외는 시가 거리관리에는 거의 신경쓰지 않았다”고 마산시를 질타하면서 “어차피 차 없는 거리로 만들어져도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는데, 주차문제가 심각한 이곳으로 고객이 잘 오겠습니까”라며 차가 다닐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런 요구를 수용해 마산시는 ‘차 없는 거리 존폐’를 결정하기 위해 올 연말까지 용역조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마산시는 다시 차가 다닐 수 있도록 한다면 채 4년 뒤도 내다보지 못한 예산집행이라는 비판과 용역중간보고서 결과 조사대상 시민 중 “유지해야 한다”는 압도적인 의견(84.9%)을 무시하고 상인들, 특히 폐지주장이 강한 건물주들의 의견만 들어준다는 비판이 예견돼 되도록 차 없는 거리를 유지시키는 모습이다.
‘침체의 순환’ 겪다 결국 폐지 위기
마산시 도로과의 한 관계자는 “사실 오동동과 같은 기성상업지구들은 전국 어디에나 대형유통매장과 백화점, 그리고 신시가지에 새로운 상권이 들어서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면서 “차 없는 거리를 조성했다고 해서 그 결과로 상권이 죽는다고 할 수 없지 않느냐”며 차 없는 거리 유지를 중심에 두고 말했다.
지난 5월 마산시에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폐지답변(33.9%)중 56%가 오동동 주변설문조사에서 나와 지역 주민들의 폐지 의견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직 상인들 사이의 의견은 나뉘고 있다.
오동동 상가 번영회 양석우 전 회장은 “이곳 상인들의 90% 이상이 세를 내는 임차상인들이다. 그만큼 건물주가 나서면 그 입김에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높다. 진정서만으로 상인들의 입장이 다 그렇다고 생각하긴 다소 무리가 따른다”고 말해 상인들끼리도 이견이 적지 않음을 드러냈다.
양 전 회장은 또 “예전에는 이곳에 고급 유흥주점도 많았고, 고급 패션의류매장이 많아 차량 통행이 필요했지만 최근 들어 먹거리나 저렴한 술을 파는 곳이 많아져 굳이 차량이 들어올 필요는 없다”며 “이번 기회에 상인들이 상권활성화를 위한 자구책도 마련하고, 그동안 방관한 시는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획취재는 문화관광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전국 지역신문 종합평가 결과 경남도민일보가 우선지원대상 신문사로 선정됨에 따라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