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베꾸마당 거리에서 찾는다
잃어버린 베꾸마당 거리에서 찾는다 |
걷고 싶은 거리 만들기는 아직 미완-서울...신촌 걷고싶은 거리와 노유 로데오 거리 가봤더니 |
마인드를 바꿔라’라는 말이 넘쳐난다. 마인드만을 바꾼다고 모든 것이 해결될까? 이 말 뒤에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나 방안이 건네지지 않으면 가끔 무책임한 말마디가 되기 쉽다.
베꾸마당을 거리에서 찾으려는 시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장 먼저 우리에게 잊힌 ‘걸을 수 있는 권리’를 도심 속에서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렇게 당시 시장의 의지가 반영된 보행권 확대 사업은 서울시와 자치구 시범거리조성, 보행자 안전 및 편의증진, 지하철 보행편의시설확충, 특화거리 조성 등 4개 분야로 나눠 추진된다. 그 사업 중 하나로 1998년 7월부터 8개 자치구에서 사업비 87억7700만원을 들여 ‘걷고 싶은 거리 만들기’ 자치구 시범가로 1차 연도 사업이 시작된다. 2001년부터는 57억원의 예산으로 12개 시범가로 사업이 진행되었다. 또 다른 한 축으로는 인사동과 같은 특화거리 조성 사업도 별도로 진행된다. 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 등 대학이 밀집한 곳에 있는 ‘신촌 걷고싶은 거리’(구 서대문구 명물거리)는 이 자치구 시범가로 1차 연도 사업으로 2001년 5월 공사가 완료된다.
행정·상인 관심부족 아직 걸음마단계 신촌민자역사에서 현대백화점 별관까지 저층상가가 빼곡이 늘어선 440m에 조성된 ‘신촌 걷고싶은 거리.’ 낮 풍경은 걸을 만한 거리다운 맛을 풍긴다. 이 거리는 기존 14m 차도를 폭 7.6m로 줄이고, 곡선형으로 만들어 차가 이곳에 정차하기 힘들게 만들고, 이전에 양쪽으로 1m가 채 되지 않던 보도폭은 4~7.3m로 넓혀 보행을 원활하게 했다. 차도 중간 중간에 36대가 포켓주차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가로벤치와 화분이 차도와 보도를 구분한 것이 눈에 띈다. 하지만 다음 날 오후 6시 이후에 다시 찾은 거리는 전 날과 많이 달랐다. 거리조성 전보다 유동인구가 많아져 하루 6만~10만 명에 이른다는 이곳에 어둠이 찾아들자 불법주차에다 차도는 차로 뒤엉키고, 거리 곳곳에 쓰레기들이 방치돼 있다. 창원 중심상업지역 테마거리보다는 적지만 보도 위를 차지하는 차들도 눈에 보인다. 신촌 걷고 싶은 거리 운영위원회 이문학 전 회장은 “아직 상인들이 스스로 거리를 가꿔야한다는 생각은 걸음마 단계”라고 지적했다. 장사는 어느 정도 되고 있지만 거리 조성 초기의 활력은 많이 잃었단다. “거리가 조성된 초기에는 민들레 영토 쌈지광장에서 주말마다 학생들이나 아마추어 예술인들의 공연이 있었고, 대학생들의 반전 퍼포먼스가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운영위원회 운영이 잘 되지 않으면서 관리소홀 탓인지 이런 활기는 다소 사라졌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시범가로 사업 중 모범적인 곳이라는 이 거리는 이렇게 낮과 밤이 서로 다른 풍경이었다. 서울시의 걷고 싶은 거리는 아직 제자리를 찾진 못했다.
△ 거리 조성 후 거리관리는 더욱 어려운 문제 = 건국대학교 앞 화양동 거리의 상권이 확대되면서 광진구 노유동 패션상설할인 상점가는 그 활력을 잃게 된다.서울시는 ‘걷고 싶은 거리 만들기’ 자치구 시범가로사업이 시와 전문가 중심의 관 주도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다는 지적에 따라 기성상업지를 대상으로 주민이 직접 참여해 환경개선사업을 연계할 수 있도록 하는 ‘주민과 함께 하는 거리 가꾸기’시범사업을 시행한다. 노유동 상점가는 이렇게 ‘노유 로데오 거리’로 새롭게 태어난다. 총 610m 길이에 폭 8m로 보·차도 구분 없던 거리가 4m의 일방통행차도와 양쪽 폭 2m 보도로 바뀐다. 그 사이에 주·정차 차단 조형물인 볼라드(돌말뚝)를 설치했다. 눈에 띄는 것은 전선 지중화(지상 전선을 지하로 매설하는 작업) 후 거리 곳곳에 있어야 할 분전반이 보이지 않는 점이다. 또한 거의 대부분의 간판이 통일성을 갖고 정리돼 있고, 입간판과 상점 앞 판매대를 별로 찾아볼 수 없다. 더군다나 거리 내 불법 주·정차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2000~2001년 거리 조성 당시 서울시·광진구청·노유동 등 행정관계자들과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전문가들, 시민단체인 도시연대, 주민대표들이 참여해 주민의 직접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이들이 모두 참여하는 추진위원회의만 15차례나 하게 된다. 이외 도시연대가 노유동 상인과 주민들과 함께 한 마을 만들기 워크숍 3회, 비공식 회의 등을 포함하면 30여 차례의 회의가 이어졌다. 그 결과 분전반을 골목 안쪽으로 밀어 넣는데 주민들이 합의하고 거리를 가꾸기 위한 주민약속이 제정된다. 이 주민약속제정은 주민(상인)들이 향후 거리관리를 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담고 있어 국내 거리조성에서 독특한 예로 얘기되고 있다. 창원 중앙동 1번가의 테마거리 조성을 위한 타당성 조사에서 나온 주민협약도 이것을 본떴다. 2001년말 산고 끝에 노유 거리가 만들어진 뒤 4년이 지나면서 도내 거리나 서울시의 다른 거리들에 비해선 여전히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지만 조성초기보다는 거리관리에 어려움이 많다. 노유 로데오거리 이양오(57) 일반상가연합회장은 “거리 조성 후 얼마 있지 않아 함께 했던 동장이 바뀌었다. 동사무소나 구청에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해달라고 했지만 쉽게 협조가 되지도 않고 거기에다 뭐 하나 하려고 해도 이 과, 저 과로 나눠가야 해 어려움이 많다”며 거리 조성 후 행정의 관심부족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거리조성 후 매출신장이 크지 않지만 유동인구가 10배 가까이 늘었다는 이 거리. 패션상가연합회와 일반상가연합회가 서로 의견조율이 잘 되지 않아 입간판이나 상점 앞 물건비치대가 간간이 눈에 들어온다. 거리운영주체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고. 비가 온 지난 9월 30일은 상인들 차로 주차장을 연상시켰다. 비오는 날 풍경은 마산의 오동동 문화의 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시가 거리조성에 ‘주민참여’라는 개념을 포함시켜 야심 차게 조성한 이 거리도 관리 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기획취재는 문화관광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전국 지역신문 종합평가 결과 경남도민일보가 우선지원대상 신문사로 선정됨에 따라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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