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 지속가능발전협의회

'교통지옥단지' 불보듯

 

구월·간석·주안주공 재건축 내년 줄줄이 입주

　

인천지역 아파트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모든 개발계획의 중심에는 아파트 단지 건설이 당연한듯 자리잡고 있다.　세계적인 첨단국제도시 조성사업도, 기존 도심 재개발도, 공장부지 개발도 모두 아파트 건설로부터 시작된다.
　인천지역 공동주택 사용검사 현황을 보면 지난 2001년 15건 4천788세대에서 지난해에는 44건 2만1천919세대로 4년만에 4배 이상 증가했다.
　이로 인한 부작용도 심각하다. 도시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파트가 마구잡이로 들어서다 보니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자들과 시민들 몫이다. 도심의 녹지축은 고사하고 남은 부지의 대부분이 아파트단지로 개발되다보니 인천의 녹색도시 구현은 먼 구호로만 남게 됐다.
　환경뿐만 아니라 교통문제도 마찬가지. 도심 전체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할 수 있는 고밀도 아파트 건설이 이어지면서 그 위험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파트 공화국 인천’의 현실을 살펴본다.
　
　<목차>
　(상)인천 도시계획의 대표적인 실패작
　 ‘구월·간석·주안 주공 재건축아파트’
　(중)공장이 아파트로 변하고 있다
　(하)경제자유구역인가 아파트 신도시인가
　
　“인천시 도시계획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
　인천시청 주변 구월, 간석, 주안 주공아파트의 대규모 재건축 승인에 대해 인천의 한 도시계획 전문가의 경고다. 이들 재건축 아파트의 준공이 다가오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내년 1월 준공을 앞 둔 구월 주공 재건축 아파트는 모두 8천934세대로 단일 재건축 사업으로는 전국 최대규모다. 용적률도 349%에 달해 최고 37층 고층건물이 줄지어 들어서게 된다. 내년 초가 되면 인천에서 최고층 건물은 바로 구월주공 아파트가 차지하게 된다.
　바로 인접한 남구 주안동에도 35층 건물이 즐비한 주공 재건축 아파트 3천160세대가 내년 4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그 옆으로는 간석주공 재건축 아파트 2천432세대도 내년 12월 준공예정이다.
　문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잇따라 들어서고 있지만 주변 지역의 도로확충 및 신설도로계획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인천시청과 중앙공원, 길병원 일대 도로는 지금도 심각한 교통정체에 시달리고 있다. 평일 출퇴근 시간대에는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주말이며 쇼핑객들로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룬다.
　모두 합쳐 1만5천세대가 넘는 이들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 입주자들의 차량보유 대수는 2만여 대로 추산되며 출근시간에 5천여 대의 차량만 쏟아진다고 가정해도 주변도로는 금세 마비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구월동 중앙공원 주변 도로의 교통정체에 이어 바로 인접한 지역의 무리한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 건설까지 겹치면서 인천의 중심지역인 시청 주변 전체도로가 교통마비라는 최악의 현실에 직면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를 해결할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인천시 도시계획분야 관계자는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손가락질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인천의 발전을 위해서도 잘못된 결정이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면서 뾰족한 해결책이 없음을 시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지난 2003년 이들 재건축 아파트의 용적률을 350%로 올린 것은 불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합법을 가장한 편법으로 인천 도심을 망친 대표적인 도시계획으로 남을 것”이라며 “주민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고 꼬집었다.
　결국 도시계획의 실패는 고스란히 시민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구월 재건축 아파트 입주를 앞둔 이모씨(36·여)는 “당초 쾌적한 주거환경과 편리한 교통요충지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지만 막상 초고층 건물들이 가득 들어서는 보습을 보니 답답하다”면서 “주변에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해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박길상 인천도시계획위원회 위원은 “당시 재건축아파트의 무리한 용적률 올리기에 앞장선 정치인과 공무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환경영향평가와 교통영향평가에 ‘용역실명제 및 평가제’를 도입하는 등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창섭기자 blog.itimes.co.kr/csn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