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명: 영화, 그림속을 걷고 싶다
* 저 자: 한창호
* 발행처: 돌베개(2005)
* 내 용
1. 사랑
베르메르와 프루스트의 조우 - 존 조스트의 '뉴욕의 베르메르의 모든 것'
세 가지 사랑 -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무방비 도시'와 레나토 구투조의 '붉은 그림'
붉은 옷을 입은 여자들의 운명 - 알모도바르의 '내 어머니의 모든 것'과 마크 로스코
모든 것이 헛되다 - 이재용의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와 바니타스
'순수한 사랑'의 상처가 남긴 자국 - 크로넨버그의 '스파이더'와 루시안 프로이트의 초상화
2. 에로티시즘
권태와 에로티시즘 - 모딜리아니와 앵그르 그리고 비스콘티의 '강박관념'
악몽의 에로티시즘 - 에릭 로메르의 'O 후작 부인'과 퓨젤리의 낭만주의
혁명 전야의 고요한 평화 - 스탠리 큐브릭의 '배리 린든'과 로코코
여성 누드의 에로티시즘 - 에릭 로메르의 '사랑, 오후'와 누드화
에로스는 병들었다 -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밤'과 몬드리안
3. 여인
초상화와 네크로필리아 - 오토 프레잉거, 프리츠 랑, 히치콕이 이용한 '여인의 초상'
나의 그림은 나의 일기다 - 뭉크와 베리만의 가족멜로드라마, 그리고 '가을 소나타'
색깔의 감정 -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첫 컬러영화 '붉은 사막'
애타게 정체성을 찾아서 - 히치콕의 '레베카'와 초자아로서의 초상화
마술처럼 꽃피는 여성들의 즐거운 세상 - 퍼시 애들런의 '바그다드 카페'와 페르난도 보테로
4. 환상
살바도르 달리, 초현실주의의 전도사 혹은 장사꾼 - 달리, 브뉘엘, 히치콕 사이의 인연과 악연
하늘을 나는 신부 - 에밀 쿠스투리차와 마르크 샤갈의 혼돈의 축제
꿈이라는 이름의 모호한 현실 - 루이스 브뉘엘의 '세브린느'와 초현실주의
분신, 죄의식이 전이된 존재 - 김기덕의 '파란 대문', 그리고 에곤 실레와 르네 마그리트
꿈과 꿈의 경계가 빚는 공포 - 스탠리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드 셧', 구스타프 클림트의 황금빛 에로스
5. 광기
'광기'의 세상은 까맣다 - 브뉘엘과 고야가 공유했던 비관주의적 세계관
박물관을 파괴하라 - 다다와 팀 버튼의 '배트맨'
타인의 고통에 대한 동정심 - 타르코프스키의 '노스탤지아'와 정물화의 죽음 코드
폭력의 충동, 팝아트의 도발 -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장치 오렌지', 톰 웨셀먼, 그리고 팝아트
외로운 모텔에 찾아온 공포 - 히치콕의 '싸이코'와 에드워드 호퍼의 리얼리즘
6. 죽음
그림 속을 걷고 싶다 - 소쿠로프, 구로사와, 칼리가리즘 영화와 미술의 밀월
존재의 비극 - 베르톨루치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와 베이컨의 음산한 유미주의
미의 매혹 - 루키노 비스콘티의 '베니스에서의 죽음', 낭만주의와 인상주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루키노 비스콘티의 '레오파드', 사실주의와 인상주의
7. 풍경
까마귀와 어린이 - 샘 레이미와 타르코프스키의 '눈 속의 사냥꾼'을 바라보는 시각
마법에 걸린 풍경화 -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와 프리드리히의 낭만주의 회화
잃어버린 파리를 애도하는 사모곡 - 에릭 로메르의 '영국 여인과 공작'과 신고전주의
붉은 깃발을 든 인상주의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1900'과 마네, 그리고 모네
절망한 풍경 - 로만 폴란스키의 '테스'와 콘스터블의 풍경화
책 소개
'영화와 미술'의 밀접한 관계를 비교·분석하면서, 개성 있는 스타일을 구축한 거장 감독들의 영화 미학과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소개한 영화에세이다. 화가와 감독의 만남, 영화와 미술의 만남에 초점을 맞췄다.
감독들이 좋아하거나 영감을 얻었던 회화 예술이 영화에 어떻게 이용되었는지, 시대를 초월한 걸작 영화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등등을 영화 스틸과 회화 도판을 통해 보여준다. 주인공의 옷 색깔이나 배경을 미술 작품과 연관 지어 설명하는가 하면, 영화 등장인물의 심리를 분석하기도 한다.
영화와 회화를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점과 추천할 만화 영화리스트를 그림과 함께 소개받을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특별히 영화평론가 정성일 씨가 '추천의 글'을 써주었다. 게다가 수록된 도판도 모두 좋다.미술의 땅 이탈리아에서 영화학을 공부한 저자는, 영화와 미술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미술이 영화 속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를 수많은 그림들을 제시하면서 꼼꼼하게 설명해준다. 흔히 예술 영화라고 불리는 어려운 영화(?)들을 주로 그 대상으로 삼았지만,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꿰뚫는 그의 문장은 영화와 미술에 별다른 지식이 없는 독자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온다.
영화 비평이 주로 내러티브 분석에 머물러 있는 점에 대해 일종의 갑갑증을 갖고 있었던 저자는, 영화의 주요한 두 축인 ‘형식과 내용’ 중 형식을 특히 주목해서 ‘영화와 미술’의 관계를 독창적으로 분석하였다. 내용 분석은 최소한으로 한정하고,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형식적인 재료들, 즉 영화와 미술이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사례들을 영화 100년의 역사를 뒤져가면서 충분히 제공하고자 했다. 영화를 미술과 관련지어 비평하는 관례를 쉽게 보지 못한 우리 현실에서 이 책은, ‘영화와 미술’의 주제로 영화를 분석한 최초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한국의 관습적인 영화 비평의 경계를 넓힐 수 있는 밑거름 역할을 할 것이다.
이 책에는 구하기 힘든 예술 영화의 스틸과 기존의 미술 교양서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걸출한 화가들의 작품을 포함한 도판 200여 컷이 실려 있어, 세계 영화사에 빛나는 걸작 41편과 좀더 가깝게 만나볼 수 있으며, 영화 미학의 발달사와 더불어 서양 미술사의 주요 사조의 흐름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은, 씨네필들을 매혹시킨 『씨네 21』의 인기 칼럼 ‘영화와 미술’ 의 일부를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영화는 회화 이미지를 어떻게 이용했나? 끈질기게, 은밀하게 혹은 노골적으로…
영화평론가 정성일 씨는, 뤼미에르 형제가 모네의 <파리의 생라자르역>을 보고 영화사상 최초의 이미지인 <역으로 들어오는 기차>를 찍었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영화를 “도둑질의 예술”이라고까지 말한다. 무성시대, 이미지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할 때 회화의 상징들은 영화 언어로 기능하기에 좋은 재료들이었다. 후발주자인 영화는 전통적인 시각예술인 미술, 특히 그림으로부터 많은 아이디어를 훔쳐오기 시작했다.
실내에서 그림을 배경으로 온갖 트릭을 동원하여 허구의 세계를 보여줬던 조르주 멜리에스는, ‘영화와 미술의 만남’이라는 시각에서 볼 때 그 선구자격인 감독이다. 멜리에스의 작업 이후 영화는 미술과 만나 현실뿐만 아니라 ‘꿈’의 세계까지 재현할 수 있었다. 그후 미술을 사랑했던 감독들에 의해 수많은 회화 이미지들이 영화에 인용되었고, 그림의 풍부한 상징들이 영화 속 주제 전달에 효과적으로 활용되었다. 영화 감독 중 적지 않은 수가 화가였거나 미술학교 출신이라는 점은 영화와 미술의 ‘필연적인 만남’을 시사해준다.
① 김기덕의 <파란 대문> -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 <파란 대문>에서 혜미가 진아를 대신해서 손님방에 들어갔을 때, 여름밤에 눈이 오는 ‘초현실의 공간’이 창조된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처럼 하늘은 한낮인데 지상은 밤의 세상으로 묘사되어, 세상은 현실을 넘어 가상의 세계에 맞닿아 있다.
② 에밀 쿠스투리차의 <집시의 시간>, <언더그라운드> - 샤갈의 <꽃다발과 하늘을 나는 연인들> 에밀 쿠스투리차는 집시의 세상과 묘사하는 데, 샤갈의 그림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공중을 날며 사랑의 즐거움을 맛본다. 사랑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은 모두 샤갈의 신부처럼 하늘을 나는 것이다.
③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장치 오렌지> - 톰 웨셀먼의 ‘거대한 미국의 누드’ 시리즈 반전통의 가치를 담아낸 시대의 문제작 <시계태엽장치 오렌지>에서 스탠리 큐브릭은 팝아트의 ‘도발의 미학’을 대폭 끌어다 썼다. 주인공 일당들이 흰색 옷을 입고, 미래적인 첨단장식의 바에서 흰색 우유를 마시는 도입부 장면에서 팝아트와의 직접적인 관계을 눈치 챌 수 있다. 노파의 집 안에 걸린 거대한 누드화들은 톰 웨셀먼의 ‘거대한 미국의 누드’를 떠올리게 한다.
④ 타르코프스키의 <노스탤지아>, 이재용의 <스캔들> - 피테르 클라스의 <바니타스 정물> <노스탤지아>에서 타르코프스키는 정지된 시간을 강조하듯, 정물의 빈번한 소재들인 물병, 시계 등이 놓인 선반을 클로즈업으로 잡는다. 이 장면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한 전형적인 ‘바니타스’의 정물화나 다름 없다. 이재용 감독도 <스캔들>에서 바니타스의 테마를 이용해서 영화의 주제를 잘 표현하였다.
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붉은 사막> - 안토니오니의 ‘마의 산’ 시리즈 감독이자 화가였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작품들은 인물이나 이야기보다 공간과 컬러 등 미학적 요소들이 화면을 압도한다. <붉은 사막>에서 노란색은 오염이다. 공장지대 주변처럼 물리적인 오염도 상징하고 또 여주인공 줄리아나의 병든 정신도 상징한다.
⑥ 잉마르 베리만의 <가을 소나타> - 뭉크의 <사춘기>, <영안실의 죽음> <가을 소나타>에서 절망과 죄책감에 빠진 헬레나는 뭉크의 <사춘기>의 그 소녀처럼 넋을 잃은 채 구석에 앉아 있다. 침묵이 절망한 사람들의 감정을 더욱 증폭시키는 짧은 이 장면은 영화 전체를 통해 가장 뭉크적인 순간으로 남아 있다.
⑦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 -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바닷가의 월출> <노스페라투>는 『드라큘라』를 각색한 영화로, 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풍경을 써먹는다. 을씨년스런 바닷가에서 엘렌은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데, 이 장면은 프리드리히의 <바닷가의 월출>을 인용한 것으로 관객까지 죽음의 명상에 빠지게 하는 마법적인 매력을 갖고 있다.
⑧ 루이스 브뉘엘의 <안달루시아의 개> - 달리의 <썩은 당나귀> 달리가 시나리오를 쓴 <안달루시아의 개>는 기존의 영화 형식을 완전히 무시한 혁신적인 작품이다. 썩은 당나귀 두 마리를 피아노 위에 올린 채 끌고 가는 장면은 달리의 그림 <썩은 당나귀>를 인용한 것으로, 썩은 기존의 미학을 모두 버리고, 자신들의 새로운 미학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뜻이다.
⑨ 구로사와 아키라의 <꿈> - 반 고흐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 <꿈>은 시종일관 그림 속과 그림을 재현한 화면 사이를 넘나든다.
이 장면은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 다시 영화로 재현되는 순간이자 동시에 반 고흐의 죽음에 대한 시적 표현이기도 하다.
⑩ 루이스 브뉘엘의 <비리디아나>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반찬> 세상을 바라보는 브뉘엘의 비관주의적 시각은 ‘광기의 그림’을 그리던 고야의 시각과 닮았다. 브뉘엘은 비리디아나의 집에서 성찬을 차리는 걸인들의 외모를, 고야의 ‘광기의 그림’에서 그대로 인용한다.
브뉘엘은 악마 같은 걸인들의 식사 장면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처럼 찍었는데, 예수의 자리에는 색정광인 장님이 앉아 있다. 영화사에 이만 한 신성 모독 장면은 드물 것이다.
1. 글 전반에 흐르는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강렬한 충돌
이 책은 ‘에로스와 타나토스’, 즉 ‘사랑과 죽음’이라는 단 두 가지 관점에서 서술됐다. ‘사랑과 생명’을 찬미한 글도 있고, ‘죽음과 어둠’을 어쩔 수 없이 바라보는 글이 있으며, 이 두 개의 세상이 혼재된 것도 있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픈 욕망’도 엄밀히 말하면 에로스와 타나토스가 만나는 접점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매혹은 에로스적이지만, 시간이 정지된 그림 속 세상으로의 동경은 죽음에 대한 명상이나 다름없다.
에로스를 찾아가는 여성의 심리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밤>은 하루가 채 안되는 시간 속에서 어느 부부의 심리적인 갈등이 추상적인 상징 속에서 전개된다. 여주인공 리디아는 밀라노 시내를 방황하는데, 폐허 같은 건물 옆의 길에는 죽음을 상징하듯 고장난 벽시계가 버려져 있고, 그 옆에는 역설적이게도 ‘에로스’의 상징 같은 금발의 아기가 혼자 울고 있다. 냉랭한 부부관계 속에 놓인 리디아가 사랑을 좇아 ‘진정한 남자’를 찾아다니는 ‘리디아의 방황’은 에로스를 찾아가는 여성의 심리로 풀이되기도 한다. * 02 에로티시즘 中 ‘에로스는 병들었다’ 참조
공포, 불안, 악몽 그리고 야릇한 에로티시즘 로메르는 에서 후작 부인 줄리에타가 악몽을 꾸는 장면을 헨리 퓨젤리의 악몽처럼 묘사했다. 퓨젤리의 <악몽>을 살펴보면, 영화의 여주인공처럼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여자가 정신없이 잠에 빠져 있고, 그녀의 배 위에는 괴물 같은 난쟁이가 앉아 있다. 그 시커먼 야수를 보며 ‘악몽’뿐만 아니라 야릇한 에로티시즘까지 상상할 수 있다. 악몽을 꾼 그날로부터 몇 개월 후 줄리에타는 임신 징후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