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명: 당신들의 대한민국
* 저 자: 박노자
* 발행처: 한겨레 출판 (2006)
* 내 용
1부 한국사회의 초상
전근대적이고 극단적인 '우상숭배'
독재자에게 후한 한국인 / 일그러진 현대성 / 중세의 갑옷을 입은 군국주의 / 또다른 세뇌 메카니즘 / 다른 체제, 같은 기만
사대주의와 멸시가 공존하는 사회
거래하는 '친구' / 테러가 지배하는 사회인가 / 영어공용화론의 망상 / 불명예스러운 '명예' / 깡패적 차별과 일상적 차별 - 한국식 오리엔탈리즘 / 우리 안의 '위대한 수령' / 북한 멸시와 무절제한 우월의식
한국의 종교와 패거리 문화
한국 교회이ㅡ 선민의식과 배타주의 / 숨막히는 종교패거리주의 /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불자(佛者) / '빈 깡통'의 생존방식
아직도 폭력이 충만한 사회
'죽을 고생'이라는 화두 / 맹종에 길들여진 냉소적인 사회 / 인간성을 파괴하는 군대 / '군대문화로부터의 해방'을 위하여 / 군대에 가야만 남자인가 / 죽음보다도 무서운 기억
역사 속의 교훈들
혈통과 국적을 넘어서 / 일제식 환상에서 벗어나야 / 노근리의 교훈 / 어두운 현대사 가리기 / 북한 바로 알기 / 동족 살상을 기뻐하다니 / 공자는 죽은 우상 / 그들의 아픔을 아시나요
2부 대학, 한국사회의 축소판
'진보' 꺼풀 속에 숨은 근대성
'투사'에서 '충복'으로 / 이제는 '개인 독립 만세' / 영원한 '커닝' / 조교들이여 일어나라 / 상아탑의 노예들
대학교수, 또 하나의 코리안 드림
대학의 공기는 당신을 자유인으로 만든다 / 너무나도 어두운 스승의 그림자 / 또 하나의 특권집단
상아탑에 드리워진 망령들
중세의 왕국인가 대일본제국 시절인가 / 정글에서의 생존방식, 돈과 로비 / 독재정권의 기린아, '교육자본'
3부 민족주의인가 국가주의인가
민족주의에 대한 몇 가지 생각
위로부터 강요된 민족주의 / '우리'라는 초대형 담론 / 민족주의라는 '상징 기계' / 민족 만들기 / 강요된 '집단 언어'를 넘어서
한국 민족주의의 진면목, 국가주의
특권층의 계급적, 극우적 배타주의는 아닌가 / 혈통주의를 부정한 '재외동포법' / 자본주의적 국가주의 / 우방의 편의와 '국익'을 위해서
4부 인종주의와 대한민국
서울의 이방인
배고픈 땅의 지성인, 또다른 그의 선택 / '진지한 근대'를 찾아서 / 완전히 다른 또 하나의 한국 / 또다른 발견, 엄격한 '인종질서'와 '국적 질서' / 마지막 남은 인간적 존엄성 / 원수를 사랑한 사람
일그러진 증오와 멸시의 논리
원래 인종주의란 없었다 / 개항과 인종주의의 수용 / 매판형 지식인의 원형, 윤치호와 서재필 / 친일로 돌아선 자강파의 초상 / 해방과 인종주의의 내면화
책 소개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외국인', 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박노자는 주장한다. '난 한국인'이라고...... 그가 귀화한 것은 스스로 한국사회에서 국적, 또 외국인과 내국인이라는 장벽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리트머스지가 될 것을 결심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여러 잡지와 신문에서 만날 수 있었던 그의 글에서처럼 그는 신랄하다. 한국을 잘 아는 외국인보다는 러시아를, 또 세계를 잘 아는 한국인에 가까운 그는 한국 사회를 그 주춧돌부터 다시 살펴본다. 누구나 당연하다고 믿고 살던 권위주의의 서까래며 집단이기주의의 기둥이 그 앞에서는 대번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폐품이 되고 만다.
이제까지 나왔던 많은 한국인 비평, 비판보다 서너 길은 더 깊은 통찰이 있다. 무엇보다 저자가 한국에 대해 가지는 애정이 든든하다.박노자 교수, 호리호리한 몸매에 훤칠한 키, 전형적인 서구유럽인 스타일이었던 그의 첫인상은 '젊은 레닌'이었다. 혁명의 나라 러시아와 그의 닮은 외모가 빚어낸 이미지였으리라. 그러나 몇 마디의 대화를 통해 그가 무척이나 순박하고 예의바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놀라웠던 것은 그가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상대방의 의견에 대한 배려와 겸손하면서도 정확한 자기 주장 역시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차를 나누며 박 교수는 자신의 새로운 조국, 한국에서 내는 첫 책에 대한 감회를 털어놓았다. 그리고 <당신들의 대한민국>이 부디 낯선 이방인의 대책 없는 비판이 아니길, 진정 사랑하는 이 나라에 대한 애정 어린 충고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 박 교수는 책을 통한 인세수입 모두가 외국인 노동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쓰여졌으면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과연 무엇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 출신 이방인으로 하여금 이 한 권의 책을 쓰게 했던 것일까. 박노자와의 짧은 만남이 남긴 의문이었다. 그리고 궁금증은 그가 적은 머리말에서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었다.
노조의 지원을 받는 좌익 정당들이 국회 의석을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공산당의 기관지까지도 국고 보조금을 받아 발간하는 다양성의 나라, 입사 때 여성이나 장애인이 '정상적인 남성'보다 더 유리한 평등의 나라에서 살면서, 노동운동가들이 감옥에 잡혀가고 여성들이 손님의 냉면을 잘라주는 '음식집 아줌마' 정도의 역할밖에 맡지 못하는 고국 한국의 현실을 생각하기가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가슴이 아픈 만큼 할 일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절실해지기도 한다. 학생들이 교수를 만날 때 노르웨이처럼 동등한 인간으로서 웃으면서 악수할 수 있는 나라, 매매춘을 한 여성이 스웨덴처럼 국가의 보호를 받은 반면에 그들의 성(性)을 돈으로 산 남성 '고객'들은 잡혀가서 심판을 받는 나라, 아직 끝나지 않은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완전히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에 각종 원조를 제공하는 일이 덴마크처럼 지성계의 가장 중대한 관심사가 될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할 일이 많다는 이야기다.
자기가 남을 잡아먹고 싶으면서도, 남에게 잡아먹히기를 겁내며…… 다들 의심이 깊은 눈으로 서로서로 쳐다보면서……(노신(魯迅), 『광인일기(狂人日記)』 중에서)
이 말보다 우리의 초상화를 정확하게 그려낸 말은 없을 것이다. '서로 잡아먹기를 탐내는 사회'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병들을 앓고 있는지,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 논해보고, 나아가서 '치료과정'에 미력이나마 보태고 싶은 마음으로 이 책을 내놓았다.
날카로운 이방인의 눈, 그리나 따뜻한 한국인의 마음
박노자가 이 책에서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한국 사회에 유령처럼 떠도는 전근대적 유물들' 이다.
남과 북은 서로 다른 체제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전근대적이고 극단적인 우상숭배'라는 교집합을 이끌어낼 수 있다. 특히 일본의 군국주의로부터 비롯된 무장숭배가 남한에서는 광화문의 이순신 동상과 김유신 동상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으며 북한에서는 주체탑이라는 변형된 형태로 발견된다는 논리 역시 흥미롭다. 물론 이들 '우상숭배'가 남북한 정권의 정통성 부여와 이를 통한 체제유지라는 필요성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지적을 빠뜨리지 않는다.
박노자는 이처럼 감춰진 기만과 폭력을 예리하게 포착함으로써 보수언론과 지배이데올로기에 길들여진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날카로운 메스는 <한국의 종교와 패거리문화> <대학, 한국사회의 축소판> <민족주의인가 국가주의인가>로 이어진다. 그는 묻는다. 젊은이들이 군대생활을 통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얻게 되는 이유, 종교가 사적 이익의 보루가 되는 이유, 교수가 되기 위해 부당한 대우와 위협을 견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의 물음 속에는 이 땅에서 행해지고 있는 모든 제도적·사회적 폭력에 대한 울분이 섞여 있다. 타인에 대한 적극적인 폭력을 가르치는 군사문화, 굴종과 타협을 강요하는 대학 사회의 현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우리'의 선 밖으로 내몰고 있는 인종주의적 편견 등은 그의 눈에 비친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폭력이다.
박노자가 이 책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어렵거나 거창하지 않다. 다만 보다 자유롭고 평등한,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우리가 안고 있는 '비상식들'들을 하나둘 없애 나가야되지 않겠느냐는 애정 어린 충고일 뿐이다. 우리가 그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이유 역시 한국에 대한 그의 애정과 선량한 상식에 대한 믿음 때문이 아닐까.
1부 한국 사회의 초상
일상 속의 권위주의
한류, 자랑스럽기만 한가 / '대한 남아'의 멍에 / 제복을 강권하는 사회 / 성형수술, 혹은 욕망의 노예화 / '개미허리'의 굴레 /
'도덕'은 지배의 위장술인가 / 10대는 키스하면 안 되나 / 사회의 첫 경험 '알바' / 체력이 국력이다? / 부끄러운 짝사랑
숭미(崇美)주의에 희생된 예수
대학 영어 상용화는 국제 표준? / '유일사상 체제'의 그늘 / 우리도 한번 미국인처럼? / 다시금 희생된 예수와 성모 /
하화중생(下化衆生)이 없는 한국 선(禪) / 일본 승려 우치야마의 '죽을죄'
박제가 된 학문의 자유
'학력 과잉'이라고? / 마음을 파괴하는 사회 / 30여 년 전을 생각한다 - 전태일과 시간강사 /
한국 학계에서 벼슬을 박차기 어려운 이유 / 교수라는 이름의 '황금 우리' / 한국 대학 - 착취 공장이자 지식 시장의 명품 백화점
2부 병영국가 대한민국
합리화된 폭력의 사회
폭력에 대한 우리의 무감각증 / 너무나 비슷한 두 지옥 / 유승준을 보는 우리의 일그러진 눈 / '국적' 마녀사냥을 중단하라 /
이회창 아들과 민중의 아들 / 폭력에 대한 또 하나의 역사적 성찰
진정한 강국은 무엇인가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 데자뷔, 어디서 본 듯한 맹종 / 한국 부르주아 자유주의의 참을 수 없는 허약함 /
용미(用美)론, 위험천만한 허구 / 극미로 가는 더 큰 길 / 유일 초강대국 영원할까 / 보수 정치권이 '반국가 단체'인 이유
3부 또 다른 대한민국
이방인들의 나라, 대한민국
'노동' 빠뜨린 우리의 역사 왜곡 / 외노(外勞)인가 외노(外奴)인가 / 자본 세계화의 얼굴 - 이주 노동자의 여러 모습들 /
우리에게 이민 수용 정책 있나? / 반한 단체? 출입국관리사무소! / '히딩크 현상'의 명암 / 후발의 장점
다시 생각하는 민족주의
박물관에 가기 싫어진 까닭 / 민족국가의 신성불가침에 대한 도전 / 민족의 정기와 계급의 정기 /
한용운, 인류를 사랑한 애국자 / 김알렉산드라의 독립운동
또 하나의 우리, 북한
주체사상 - 무엇이 주체인가 / 북한에 겸허하게 다가가기 / 색깔 있는 자도 품을 수 있는……
4부 진보의 창
보수를 넘어
탄핵 사태, 그 역사적 본질 / '조선일보' 왕국의 하인들과 사무라이 / 광란이 지난 뒤 /
'집단 악덕 기업주'로서의 한국 지배층 / 소장농의 투쟁에서 배운다
세계에서 배우는 진보
진보운동의 쌍둥이, 사회주의와 평화주의 / 서구 반전운동의 아쉬운 교훈 / 유럽인들의 무감각과 가계 부채 /
제1세계 진보 정당들이 못다 한 책임 / 노동당 전쟁광의 수수께끼 / 벼랑 끝에서 계급 타협하다 - 브라질 룰라 대통령과 한국 /
미국과 싸우는 미국인들 / 자본주의와 친절 / 얼어 죽는 자본주의 / 하워드 진을 읽고 흘린 눈물
책 소개
2001년 겨울, 한 벽안의 한국학자 출현이 한국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유창한 한국어 실력과 정교한 논리, 성역없는 비판으로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들을 하나하나 들추어냈던 박노자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박노자 교수는 전편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통해 한국사회에 만연한 권위주의와 군사주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배타적 민족주의 등 그 동안 익숙해져 있던 우리의 자화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당신들의 대한민국 02>에서도 이러한 비판정신은 돋보인다. <당신들의 대한민국> 이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했을까. 박교수는 그 변화를 '주식회사 대한민국' 이라는 말로 요약하고 있다.
<당신들의 대한민국 02>에는 성형수술과 몸짱 열풍, 한류열풍과 조기영어학습 열풍, 국적파문과 10대 '알바' 문제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이처럼 광범위한 문제를 통해 이면에 깔린 1등 지상주의와 경쟁 우선주의, 미국의 권위에 대한 맹신과 비뚤어진 애국주의, 비정규직, 이주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 등을 비판한다. 특히 최근 벌어진 황우석 스캔들과 삼성 X파일 사건 등, 한국 사회에 충격을 주었던 대표적인 사건들의 배경에는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1등만 하면 된다는 왜곡된 경쟁심과 그 과정이야 어찌 되었던 '세계 1등 상품' 만 만들면 된다는 편협한 국수주의 등이 깔려 있다고 말하고 있다. 과거 군사독재시절부터 길들여진 '힘에 대한 추종'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성장주의·경쟁주의의 전통이 지금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것이다.
놀라운 경제성장으로 주변국들의 부러움을 샀던 대한민국. 온 국민을 들뜨게 했던 월드컵 코리아의 열풍 뒤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박 교수는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외형상의 성장에 걸맞은 삶의 질을 돌아보고 사회적 약자를 끌어안을 수 있는 성숙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