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 건설 사업 논란은 2008년에 최대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진행중인 굴포천방수로의 공사 현장 모습. /정선식기자 (블로그)ss2chung
2008년 새해가 밝았다. 무자년 새해의 화두는 '경제'와 '환경'이다. 환경보호와 상충되는 개발로 인한 경제 활성화 정책이 새정부의 슬로건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흐름은 환경친화적인 지속가능한 경제 개발이다. 하지만 벽두부터 이명박 당선인의 경부운하 공약으로 한국 사회가 시끄럽다. 환경 파괴 논란과 경제 개발이 서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인천에서도 환경파괴 논란이 가중되는 각종 개발 계획이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다.
경인운하 건설 논란, 강화만 조력발전소 건립문제, 영흥석탄화력발전소 추가 건설, 동양제철화학 폐석회 처리 문제, 바닷모래 채취와 해양생태계 보호 문제, 계양산 골프장 건설 그리고 인천의 2008년 환경정책 방향 등 인천시민들이 2008년도에 눈여겨 볼 인천 환경 이슈를 미리 점검해 본다.
▲'10년 논란' 올 쟁점으로 떠올라
인천의 최대 환경 이슈인 경인운하 건설 논란은 2008년이 최대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87년 경기도 김포, 부천과 인천시 부평, 계양 일대에 대홍수가 일어났다. 정부는 이 지역 하천이었던 굴포천이 범람하자, 굴포천 종합치수 대책을 내놓는다. 인천 내륙으로 흐르던 물길을 서해쪽으로 약 14km의 규모로 굴포천방수로를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홍수 방지 굴포천방수로 공사 계획이 지난 1998년 돌연 배를 띄우는 운하 건설쪽으로 방향을 선회한다. 이 당시 계획이 현재 알려진 서울 강서구 개화동 행주대교 남단에서 인천 서구 시천동을 거쳐 서해로 접어드는 길이 18km, 폭 80m, 수심 6.3m의 경인운하 사업으로 불린다.
사실 굴포천방수로 공사는 약 14km 정도만 건설하면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한강으로 이어지는 나머지 4km는 경인운하로 갈 것이냐, 말 것이냐에 따라 결정되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경인운하 발표이후, 계획이 수시로 바뀌고,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경제적 타당성 조사를 발표하면서 사업은 꼬여만 갔다.
거기에찬성과 반대쪽의 의견이 충돌하면서 사업에 혼선을 빚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지난 2003년 감사원 감사 결과, 정부가 내세운 경인운하 타당성 보고서의 경제적 이득이 왜곡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 사업은 전면 재검토된다.
2년 뒤, 정부는 20억원을 들여 네덜란드 DHV-삼환 용역회사에 경인운하 타당성 보고서를 다시 의뢰한다. 이 보고서는 2005년 12월 발표된다.
이에 앞서 이 보고서가 발표되기전, 경인운하를 둘러싼 의미있는 사건이 하나 발생한다. 건설교통부, 주민대표, 전문가 등 운하 찬성쪽 대표 6명과 환경단체, 환경부, 전문가 등 반대쪽 대표 6명이 '굴포천유역지속가능발전협의회'라는 사회적 합의 기구를 구성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는 개발과 보호를 두고 벌어진 사회적 갈등을 정부와 법원의 결정 이전에 사회적 합의 기구를 통해 해결하려는 첫 번째 시도였기 때문에 큰 관심을 모았다. 물론 나중에 운하 찬성쪽 대표들이 참석를 거부하면서 이 틀은 깨졌지만, 시도는 다양성 인정과 대화, 합의라는 민주적 절차를 이행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2006년 12월7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경인운하사업 타당성 재검토를 위한 공청회 장에서 사업 추진을 주장하는 주민들이 자리를 빠져 나가 공청회가 파행으로 개최됐다. /박영권기자 (블로그)pyk
▲찬·반의 평행선
그럼 경인운하 건설 찬성쪽 입장은 무엇일까? 이 사업은 당초 국책사업으로 추진됐다. 경인운하 건설 찬성측은 인천항과 북항으로 들어오는 물류에 주목하고 있다. 또 서해와 한강을 잇는 물길 관광 사업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찬성쪽은 2005년 발표된 경제적 타당성 보고서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타당성 보고서의 경제적 편익은 1.76으로 높게 나타났다. 경제적 편익은 1을 기준으로 그 이상일 경우, 투자비보다 이득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경인운하를 찬성하는 주민들은 경인운하 사업이 10년 넘게 지지부진 해오면서 개발에 대한 피로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계양구 목상동 주민들은 이미 굴포천방수로 사업과 경인운하 사업으로 토지가 모두 수용된 상태다. 또 공사가 지연되면서, 10년 넘게 임시교각으로 마을을 오가고 있기 때문에 불편함을 크게 느끼고 있다.
경인운하 건설 반대측 논리도 명확하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일단 운하 건설에 따른 환경파괴적 요인을 많이 보고 있다. 서해 갑문을 통해 갑문을 열었을때 해양생태계의 담수화 충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운하는 물을 장기간 가둬 두어야 하기 때문에 수질 악화도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가 내놓은 타당성 보고서가 그다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인천으로 오는 배가 북항과 인천항으로 가지 않고 1년에 300일 이상 수시로 다녀야 경제적 이득이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항과 북항의 물류가 과연 경인운하 터미널로 몰릴지는 미지수다. 특히 홍수철과 겨울철을 감안하면 1년에 운항일수 300일은 조금 무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현재 공사중인 굴포천방수로건설 공사비 5천500억원이 경인운하 사업비의 매몰비용으로 잡혀있다. 이는 경제적 타당성이 부풀려 졌다는 근거로 제시된다.
현재 홍수 방지 목적으로 80m규모의 굴포천방수로 공사가 50%이상 공정율을 보이고 있다. 경인운하까지는 불과 4km 정도만 물길을 트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리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경인운하 경제적 타당성 왜곡 문제, 감사원의 사업 재검토 요구 사업이라는 멍에, 전국적인 환경단체 반발, 사회적 합의 시도 실패, 환경파괴 논란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 반면 경인운하 규모와 같은 저폭 80m까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경인운하를 재개해도 된다는 의견도 상당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인운하, 경부운하 그리고 전망
경인운하는 18km, 경부운하는 534km 규모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시작단계부터 건설 목적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경인운하 사업은 당초 홍수 방지 목적으로 사업이 시작됐다. 경부운하는 순수하게 운하와 관광을 목적으로 시작되고 있기 때문에, 경인운하와 경부운하는 그리 연관성이 크지 않다.
다만, 새로운 정부가 경부운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전에 경인운하 사업을 재개해 친환경적으로 마무리한다며, 새로운 정부는 경부운하 사업에 대한 반발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경인운하 사업은 경부운하 사업 추진의 시범 사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반대로, 전국적 조직인 경부운하반대대책위원회가 경인운하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경인운하 건설 재개여부는 서울시, 경기도가 변수로 작용할 수 도 있다.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는 현재 서해안을 중심으로 한강 뱃길 복원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서울시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대운하 물길과 맞물린 수상레저, 국제여객터미널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서해 뱃길 복원 사업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경기도는 한강 뱃길 복원 사업과 개발 방향이 겹치는 경인운하 건설 사업을 그리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일단 서울시와 경기는 정부의 경인운하 건설 재개 방침을 지켜보면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계획안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경인운하 건설이 결정되더라도, 사업을 위한 행정절차는 많이 남아있다. 경제적 타당성 보고서만 나온 상태기 때문에 사업의 시작단계라고보면 된다. 80m 경인운하 사업에 대한 실시 계획이 일단 고시돼야 한다. 또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등도 남아있는 상태다. 이 과정에서 주민설명회, 공청회 등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영향평가가 끝나면 실질적인 토론회와 의견 수렴 과정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정부와 인천시가 발표한 것처럼 연내 착공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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