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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위험스런 ''괴물'', 미국

  • 작성자
    문기섭(부평의제21실천협의회)
    작성일
    2006년 8월 5일(토)
  • 조회수
    426
영화 ‘괴물’의 첫 장면은 2000년에 실제로 있었던 미군의 독극물 한강 방류사건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맥팔랜드 사건이라고 알려진 이 일은 식수원인 한강에 독극물 포름알데히드 20상자를 무단 방류한 사건이었죠.

영화에서 지시를 내리는 미군은 이렇게 말합니다. “넓고 넓은 한강에 이정도 버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넓은(broad) 마음을 가지고 넓게 생각해라.” 괴물은 그 독극물을 자양분 삼아 한강에서 서서히 자라납니다.

엄마 없는 중학생 딸아이를 혼자 키우는 주인공 강두는 아버지와 함께 한강 고수부지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그저그런 남자입니다. 손님에게 줄 오징어 안주에서 다리 하나를 몰래 떼어먹어 아버지에게 무척 혼나기도 하는 한심하다시피 한 아저씨이죠. 그러나 어린 딸에게는 너무나도 마음 약한 좋은 아버지이죠.

 


▲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괴물이 사랑스런 딸을 데리고 갔다 ⓒ 영화 '괴물' 공식 홈페이지 http://www.thehost.co.kr


그런 그에게 어느날 갑자기, 어디서 왔는지도 알 수 없는 괴물이 딸을 유괴해버리고 맙니다. 괴물은 강두의 일상 한가운데인 한강에서, 사람들이 데이트를 하고 소풍을 즐기고 노니는 한강변에 나타나 사랑스런 딸을 데리고 간 것이죠.

괴물의 공격을 받았던 미군을 부검한 미국은 사망원인이 알 수 없는 바이러스 감염이라고 진단합니다. 이 사실을 통보받은 한국 정부는 총력을 동원하여 괴물이 출현한 날 한강변에 있었던 사람들을 격리시키고, 방역에 호들갑을 떱니다.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공간인 한강은 이제 가장 공포스럽고 근접하지 못할 ‘1급 오염지역’으로 됩니다. 한강은 통제되고 소독약이 끝없이 살포됩니다.

괴물의 피가 자신의 얼굴에도 튀었다고 실없이 말해버린 강두는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를 가장 위험스런 존재로 여겨집니다. 군인과 경찰들은 그를 붙잡아 감시하고, 의사들은 그를 대상으로 여러 가지 실험을 합니다. 마루타가 될 위험에 처한 그는 이제 딸을 찾기 위하여 가족들과 함께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합니다.


▲ 평범함 아빠 앞에 펼쳐지는 어이없는 사건 ⓒ 영화 '괴물' 공식 홈페이지 http://www.thehost.co.kr


바이러스의 존재를 주장하던 미국의 태도는 영화에서 어리석게 그려집니다. 강두를 살펴보러 왔던 미국 고위 관리는 옆의 통역관에게 “사실 이건 극비사항인데 바이러스는 없었어”라고 말합니다. 무식한 아저씨 강두조차도 단 한마디 ‘no virus’를 알아듣고는 “어, 바이러스가 없다는 거잖아요, 나를 풀어줘요” 라고 절규합니다. 그리고 강두가 무시무시한 병원에서 (큰 컨테이너 비슷한 공간) 탈출하는데, 탈출하고 보니 그 밖에서는 미군들이 여유롭게 바비큐 파티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바이러스를 박멸한다고 미국은 특별히 에이전트 옐로우(Agent Yellow)라는 새로운 물질을 투입하기로 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여기서 눈치 챘을 것입니다. 미국이 베트남을 초토화시켰던 가공할 물질인 고엽제를요. 고엽제는 영어로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입니다.

감독은 아마 이를 연상시키기 위하여 가장 비슷한 단어인 에이전트 옐로우를 쓰지 않았을까요? 미국은 자신들이 통제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상황(그들로 인해 결국 생겨난 괴물이든, 혹은 한국인들이든)에서 고민 없이 강력한 무기(혹은 소독약)로 무모하게 대응을 하는 것이죠.

이 모든 일들이 종결되면서 미국은 또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에서의 바이러스 사건은 잘못된 정보 (misinformation)에 기인한 것이었다’고 시인합니다. 강두와 밥을 먹던 어린 아이는 ‘TV가 재미없다’고 말하고, 강두는 발로 TV를 꺼버리고 밥이나 먹습니다.

여기서 어떻게 이라크전이 연상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전쟁에 대한 비판이 미국에서 일자 미국의회는 조사를 마치고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에 의한 것이었다고 시인하지 않았나요?
그러고 보니 영화는 영락없이 반미영화입니다. 그런데도 상당부분 공감이 가고 슬프고 그렇더군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좋은 직장 하나 못 얻은 강두의 동생이 괴물을 향하여 화염병을 던질 때, 그 괴물이 미국의 실체라고 생각하니 80년대 격렬했던 우리나라의 학생운동이 연상됩니다. 우리는 그렇게 저항하고 싸웠지만 또한 얼마나 많은 변화를 이끌어 왔을까요?

이 영화는 나흘만에 벌써 260만 이상의 관객이 보는 기록을 세웠다고 하네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통하여 좀더 넓은(broad) 마음을 가지고 우리의 현실과 미국을 위시한 세계를 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글 : 조은미(환경연합 회원)
          담당 : 국제연대팀 마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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