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문화의거리 ''한평공원'' 만들기
10年의 약속,
부평시장 '한평공원' 만들기
▶ 방송 : 2007년 8월 2일 (목) 밤 10시, KBS 1TV
▶ CP : 김재연
▶ PD : 심광흠
▶ 작가 : 최미혜
1. 인천 부평시장 ‘문화의 거리’ 탄생 10년.
경인 지역 최대 상권으로 손꼽히는 인천 부평역 근처.
현재 이곳에는 일제시대부터 자리잡은 재래시장과 전국 최대 규모의 지하상가 등의
‘재래 상권’과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의 ‘신흥 상권’이 공존하고 있다.
“장사꾼이 많이 불어났지. 옛날에는 저 김포 그런 데서도 오고 그랬는데...
지금은 하나도 안 오지. 외부 사람들은. 요즘 차로 가버리니까 재래시장이 죽잖아...”
_ 김승희 (과일노점상)
지난 1996년 국내 유통시장 개방 이후, 지역 경제의 기반이었던 재래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하자, 1998년 부평시장 상인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재래시장을 시민들의 공간으로 제공하기 위해 자비를 털어
‘문화의 거리’를 조성했다.
그리고 상가 건물주는 물론, 상점 세입자와 노점상까지 이 거리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주체가 되어 ‘문화의거리발전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거리 재정비에 나섰다.
“11년째 세입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현재 여기에서 장사하고 있는 사람이 주인이라는 거예요.
지금 여기서 누가 나서지 않으면 할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재래시장은 점점 죽어가는데 이걸 활성화시키지 않으면 더 죽어간단 얘기죠.”
_송영철 (의류소매점)
“장사한 지 오래 됐어요. 몇 년이 아니고 몇 십 년... 한 40년 됐어요.
내가 이 거리에서 제일 오래 됐어요.
참 어쩔 수 없으니까 붙들고 살긴 사는데 앞으로 좋아지길 바래야죠.”
_문숙희 (먹거리노점상)
이 곳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거나, 짧게는 10년에서 40년까지 이 거리를 떠나지 않고 장사를 해 온 사람들. 이 거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들은 침체된 재래시장을 버리거나 떠나는 대신 스스로 ‘변화’를 선택했다.
이들은 ‘폭 16미터, 길이 270미터’의 혼잡한 도로를 차 없는 거리, 걷기 좋은 거리로
탈바꿈시키는 한편, 상점과 노점의 만성적인 갈등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나갔다. 이 거리를 찾는 시민들에게 보행권을 확보해주는 한편, 노점상들의 생존권을 인정해, 죽어가는 상권을 살리는 '일석삼조'의 선택을 한 것이다.
“문화의 거리 책정 전엔 복잡하고 잡상인들 많고, 그런 게 있었는데...
이렇게 문화의 거리 만들고 나서 많이 좋아졌어. 차 안 다니게끔 잘 만들었어.”
_ 석덕준 (부평구민)
“상가 하고 우리 하고 많이 다퉜어요. 근데 지금은 그렇지 않고 많이 좋아졌지.
무척 싸웠어. 솔직히...”
_허민희 (의류노점상)
“오픈 시간에 문을 안 열면 이 집에 무슨 일이 있나 전화해 봐요. 가판 상인들과도
한 식구가 되다보니 그런 정이 앞서요. 과거는 과거 일이고.”
_안철수 (의류소매점)
2. ‘문화의 거리’ 부활 프로젝트, 도심 속 작은 쉼터 ‘한평공원’
‘문화의 거리’가 만들어진 지 10년.
거리도 나이를 먹어 낡고, 여기저기 망가진 곳 투성이가 됐다.
그러자 문화의 거리에 문화는 없고, 거리가 망가졌다는 불평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2007년 여름, 상인들은 ‘문화의 거리’ 부활 을 위해 다시 한 번 뭉치기로 뜻을 모았다.
도심 속 작은 쉼터 만들기에 앞장서 온 시민단체 ‘도시연대’와 손잡고 인천 부평시장
‘문화의 거리’에 열여덟 번째 ‘한평공원’을 만들기로 계획한 것이다.
“문화의 거리로 살리겠다고 하는 건 단순히 장사 잘 되는 거리로 살리겠단 얘기가 아니라
문화의 거리에 사난 사람들이 서로 이웃인 걸 확인해 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사람 사는 냄새가 나게끔 하고 싶은 게 우리 꿈인 거죠.”
_ 인태연 (의류소매점, 문화의거리발전추진위원회 부회장)
한 평. 어른 한 명 누우면 족한 좁은 면적이지만, 도심 속 버려진 자투리 땅을 재활용하는 ‘한평공원’에선 가끔 작은 기적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조그만 땅에 남는 공간을 공원으로 만든다? 공간 활용?”
_ 성준노 (인천시민)
“작기야 작지만. 어디 요즘 땅이 넓어요? 좁은데도 이런 공간을 찾는다는 게 의미가 있죠.”
_ 박정숙 (부평구민)
“부평 인구가 몇 명인데 한평공원 만들어서 누가 앉나 싶겠지만...
보여지는 것도 있고, 봄으로써 기쁨을 얻거나 저런 게 있구나 하는 느낌은 올 것 아닌가...”
_서재원 (의류소매점, 문화의거리발전추진위원회 부총무)
3. 공간(空間)의 재발견, 넉넉한 마음 한 평을 선물하는 ‘한평공원’
세월의 더께가 쌓인 낡고 오래된 재래시장 골목.
내 것도, 남의 것도 아니기에 버려졌던 자투리 공간은 상점과 노점, 상인과 주민들 사이의 소통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선택한 상인들의 10년 간의 노력은 이제 ‘상권 부흥’을 넘어 ‘마을 공동체의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
삶의 소중한 쉼표 같은 넉넉한 ‘마음 한 평’을 선물하는 도심 속 작은 쉼터 ‘한평공원’. 인천 부평시장 ‘문화의 거리’에서 ‘한평공원’의 개장을 앞두고 펼쳐지는 그 3일 간의 이야기. 시끌벅쩍 따뜻한 삶의 현장, 자투리 공간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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